경제·금융

웃음기 사라진 금융지주

오는 7월 새 코픽스 적용땐

이자이익 최대 5,000억 감소

대출 규제로 외형성장도 한계

캐시카우 카드사도 실적악화

곳곳 복병 ... 올 경영 살얼음판




국내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실상 인하되는데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이 겹쳐 대출 부실 증가에 따른 대손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금융지주 내 비은행 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카드사마저 올해부터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곳곳에 지뢰 복병을 만나게 됐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9,95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다. 지난 2016년 7조5,795억원을 기록한 뒤 2017년에 9조7,787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최근 3년간 실적 경신이 이어진 것이다.

최근 확정 실적을 공개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2,402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보수적인 여신 관리로 대손비용이 감소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도 나란히 3조 클럽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KB금융은 2017년 3조3,119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3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며 신한금융도 2011년에 3조1,000억여원을 시현한 뒤 7년 만에 3조 클럽에 재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체제로 돌아온 우리금융도 실적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밝지 않다. 그동안의 실적 개선 추세가 올해부터 꺾일 것으로 전망돼서다. 우선 은행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오는 7월부터 주담대에 새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를 적용하는 금리 인하 방안이 도입될 경우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최대 1조원 경감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금리를 도입하는 시점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행위도 막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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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체 은행권 원화대출의 절반가량을 점유한 4대 은행은 연간 이자이익만 최대 5,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총 이자이익이 20조원 수준으로 전망되는 것을 고려하면 타격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올해부터 둔화될 것”이라며 “이자이익으로는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손비용이 증가세로 다시 돌아서는 것도 큰 부담이다. 금리 인상기인데다 경기 하강이 이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4대 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0.47%로 전년 말 대비 0.11%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9이 도입됨에 따라 은행들은 예상 손실률을 산정해 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연체율이 소폭 상승해도 대손비용은 급증할 수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금리에 이어 은행 수수료 인하를 압박할 경우 실적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그룹의 비은행 핵심인 카드사의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미 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로 올해부터 3년간 신용카드사의 전체 당기순이익이 총 1조5,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어느 부문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최근의 호실적을 두고 박수를 치지도 못하고 지뢰밭 같은 경영환경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우려했다. KB금융은 8일, 우리금융은 11일, 신한금융은 12일 각각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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