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8K TV 판 키우자"…경쟁사에 손 내민 삼성

콘텐츠 부족으로 시장성장 어렵자

삼성 '8K협의체' 경쟁사 참여 독려

LG전자 참가는 예상보다 늦어질 듯

8K T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소송이 진행 중인 경쟁사 샤프와도 힘을 합쳐 8K TV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결성된 8K협의체에 샤프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앙숙인 샤프와의 연합체 구성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8K TV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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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K 시장 확대를 위해 구성한 협의체에 샤프와 LG전자 등 경쟁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V 시장에서 8K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미래 성장의 핵심 두 축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8K 시장 확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삼성전자, 파나소닉, 하이센스, TCL 등 한·중·일 TV 제조사들과 대만의 패널 제조사 AUO 등 제조업체들이 참여한 ‘8K 협의체’는 8K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기술 표준화와 플랫폼·콘텐츠 확대에 힘을 싣기 위해 구성됐다. 현재 8K TV는 미래 TV로 꼽히며 판매를 시작했지만 절대적인 콘텐츠 부족으로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약점 극복을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달 29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4K 콘텐츠를 8K 화질로 업그레이드하는 ‘업스케일링’ 기술을 TV에 탑재하기도 했다. 8K T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의지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8K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은 작년 12월 올해 전 세계 8K TV 판매 대수 전망치를 33만8,000대로 내렸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43만대보다 21.4% 낮아진 수치이며 지난해 4월(90만5,000대)에 비해서는 3분의1 수준이다.


이 같은 시기상조 논란 속에 삼성전자가 샤프에 손을 뻗는 것은 그나마 글로벌 TV제조 업체 중 샤프가 8K에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샤프는 2017년 세계 최초로 8K TV를 선보인 데 이어, 작년 말에는 세계 최초로 튜너 내장형 8K TV를 출시하고, ‘CES 2019’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와 연동한 8K TV를 공개하기도 했다. 샤프는 8K TV를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실제 샤프는 작년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컨프런스(GPC) 2018’에서 ‘샤프가 돌아왔다’라는 주제로 8K LC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K TV 시장 활성화는 양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샤프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샤프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샤프는 200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소니·파나소닉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업체로 명성이 높았으나 경영 악화로 대만의 폭스콘에 매각됐으며 현재도 과거와 같은 명성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샤프의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3.7%로 9위에 그쳤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8K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참여 업체들이 늘어나야 한다”며 “샤프가 8K TV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샤프가 단단한 회사가 아니라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LG전자의 협의체 참가는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아직까지 8K TV를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아직까지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LG전자는 8K 협의체 참여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4K인 UHD TV가 처음 나왔던 2013년에도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며 “콘텐츠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더 나은 화질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을 고려해 8K TV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른 시일 안에 전체 TV 매출의 10%를 8K TV로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달부터 전 세계적으로 8K TV 제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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