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삼성전자 주도로 8K 협의체가 결성됐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8K협의체의 설립 목적은 8K 생태계 확대를 위해 기술 표준화와 플랫폼·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최근 들어 8K TV가 빼어난 화질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부족해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난 2017년부터 4K UHD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 대부분의 콘텐츠가 HD로 제작되고 있다”며 8K TV 시장을 위한 콘텐츠가 확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부는 2017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방송 최소 편성 비중을 5%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콘텐츠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더 버지(The Verge)’는 최근 “8K TV를 실제로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 산다면 멍청한 짓”이라며 “현재까지 8K 콘텐츠 대부분은 드론 촬영 영상이나 자연 풍경뿐이고 넷플릭스와 아마존·훌루 등 메이저 콘텐츠 업체들도 당분간 8K 영상물 제작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제작사인 넷플릭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 4K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8K 콘텐츠를 만들려면 촬영부터 편집장비까지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숨에 변화가 있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시장조사 업체들도 8K TV 판매 전망을 내리고 있다. IHS마킷은 지난해 12월 올해 전 세계 8K TV 판매 대수를 33만8,000대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43만대보다 21.4% 낮아진 수치이며 지난해 4월(90만5,000대)에 비해서는 3분의1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내년 전망치도 기존 189만1,000대에서 175만1,000대로 내렸으며 오는 2021년 전망치도 407만2,000대에서 372만5,000대로 조정했다.
이처럼 8K 콘텐츠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삼성전자 주도로 구성된 8K 협의체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존재한다. 8K 협의체에 참여한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나소닉·TCL·하이센스 등 TV 제조사 4곳과 대만의 패널 제조사 AUO 등 제조업체 위주기 때문이다. 경쟁업체인 LG전자가 아직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이같이 일각에서 아직 8K TV 시장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8K TV 시장에서 공세를 펼치는 것은 삼성전자가 8K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미래 성장의 두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샤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8K TV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 CES에서도 90인치 8K TV를 선보이는 등 가장 많은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아직 4K에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야 8K TV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가 8K 시장을 열기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아직 8K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