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선택하고 집중하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 92 > 인생 성공비결

마음을 한곳에 모아 파고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없어

인생 걸 만한 가치있는 일 찾아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중요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한 젊은 청년이 포도주잔을 들고서 길을 걷고 있다. 한 방울도 길에 쏟지 않는다. 아니 한 방울도 쏟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옆으로 축제행렬이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면서 그 잔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다 잠깐 쏟을 뻔 하려는 순간 그 젊은이 뒤를 밀착해서 따라가던 한 무사가 칼을 빼 들려고 한다. “한 방울이라도 쏟으면 임금님이 명령한 대로 너의 목을 바로 베어 버리겠다.” 결국 축제행렬 속을 뚫고 그 젊은이는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은 채 그 잔을 임금님께 바치는 데 성공한다. “폐하 이제 약속하신 대로 저에게 인생 성공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아뢴다. “너는 축제행렬과 같이 오는 동안에 원숭이 춤을 보았느냐.” “아뇨.” “그러면 광대들이 노는 것을 보았느냐.” “아뇨.”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보았는가.” “저는 그저 포도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리지 않는 데만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임금님은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이미 인생의 성공비결을 온몸으로 다 배웠다네. 그 놀라운 집중력만 유지하면 된다네.”

0915A27 철학경영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을 실천하라. 마음을 하나에 집중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도다.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실천되지 않는 명구다. 그런데 ‘집중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집중한다’고 하는 것은 100가지 것에 대해 NO라고 말할 때 비로소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몰입한다’라고 하는 것은 1,000가지 것에 대해 NO라고 말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몰입은 ‘선택과 집중’과 동의어다. 하나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999가지 것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어야 한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에 대해 다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몰입은커녕 단 하나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몰입은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하나가 무엇인가’다. 그 하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의 또 다른 동의어는 바로 전략이다. 전략은 강자보다 약자가 사용하는 것이다. 강자는 그냥 자신의 힘을 사자처럼 행사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힘이 없는 약자는 여우처럼 꾀를 사용해야 한다. “사자의 힘을 길러라. 그러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여우의 꾀를 가져라.”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하는 말이다. 그 ‘여우의 꾀’가 바로 전략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도 없고 꾀도 없으면 그저 서글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절대강자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누구든지 자신이 약자의 형편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은 꼭 필요하기 마련이다. 전쟁에서 숫자의 열세는 만회하기가 무척 힘들다. 예를 들어 3,000명의 아군과 5,000명의 적군이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힘의 균형은 병사 숫자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9대25로 아군이 불리하다. 더 많은 수의 적에게 포위되면 최상의 전략은 한 곳을 골라 거기를 집중적으로 돌파하는 길밖에 없다. 당연히 그 한 곳은 적의 가장 취약 포인트다. 적이 우리가 쳐들어갈 거라고 예상하기 가장 힘든 곳이 바로 적의 취약 포인트다. 이 전략, 즉 선택과 집중을 제일 잘 사용한 장군이 바로 나폴레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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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는 성장하고 나면 몸무게가 무려 3톤이나 나간다. 이렇게 육중한 몸매를 가진 놈이 주적을 선택하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최고 시속 40㎞까지 나간다. 이것을 당해낼 재간이 있는 동물은 지구상에 없다. 지금은 비록 그 귀하신 코뿔 때문에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선택과 집중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말의 눈은 전후좌우로 돌릴 수 있는 범위가 인간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더 많은 범위를 경계할 수 있다. 어디서 적이 오는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경주를 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눈 양옆에 가리개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에 예민한 말은 귀마개도 씌운다. 오직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최고의 ‘선택과 집중’은 물론 강제가 아니라 자발이다.

포도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집중했던 젊은이는 무엇을 배웠을까. 뒤에 있는 칼날이 무서워서 집중했다면 그 집중력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다. 더 이상 외부에 의해 절박하지 않을 때, 더 이상 집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집중해야 할 내부원인을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집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선택이다. 집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능력을 키워라. 첫째, 가치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워라. 자신의 인생을 걸 만한 것일수록 더욱 집중하기 쉬워진다. 둘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라. 자신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 봐라. ‘나는 이 일을 돈 안 받고도 할 것인가.’ 그러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이 나온다. 셋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게 되면 결국 잘하게 된다. 내 몸값은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때까지 잘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결정된다.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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