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反화웨이' 연대 구상 깨지나...독일, 화웨이 자국 5G망서 배제하지 않기로

독일 정부 “화웨이 5G 장비 배제 않는다“

이탈리아도 화웨이 배제 보도 부인

EU주재 美대사 “中 장비 쓰는 서방국, 불이익 감당해야"

화웨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화웨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라는 미국의 줄기찬 요구를 거부하고 독일 정부가 화웨이를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업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유럽과 일본 등 우방국들을 ‘반(反) 화웨이’ 전선에 끌어들여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독일의 일탈로 이러한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7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외무·내무·경제·재무부 장관 등 일부 장관들이 논의한 결과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건설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논의에 참여한 장관들은 화웨이만 5G 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독일에서는 화웨이 배제가 자국 통신업체의 비용을 늘리고 경쟁력을 갉아먹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블룸버그는 독일 도이체텔레콤의 내부 문서를 인용해 “도이체텔레콤은 화웨이 배제가 유럽을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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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과 영국 등이 화웨이가 기밀을 중국 정부에 비밀리에 넘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안전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다음달 5G 주파수 경매에 앞서 모든 입찰 업체에 적용할 보안 평가 기준을 몇 주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5G 사업에 참가하려면 화웨이가 중국 정부에 데이터를 넘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독일이 화웨이 압박을 거부한 데 이어 이탈리아 정부까지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배제한다는 뉴스는 거짓”이라고 밝히자 미국은 유럽을 향해 제재 불이익까지 거론하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고객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일삼는 중국 기업들과 사업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유럽이 5G를 도입할 때 중국이 아닌 핀란드와 다른 북유럽 국가 기업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들랜드 대사의 경고에 화웨이는 강력히 반발했다. 에이브러햄 류 화웨이 유럽 담당 부사장은 이날 저녁 벨기에 브뤼셀의 연회장에서 연설을 통해 “화웨이는 몇몇 국가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이러한 근거 없는 비난이 어떤 때는 웃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베이징에서 누군가가 원격으로 5G 네트워크를 조종해 자동차 시동을 끄고 운전자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한 손들랜드 대사의 말은 기술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지능까지 모욕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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