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정부는 뒤끝 없다? 대통령에 작심발언 쏟아내는 기업인들

김택진 "정부 지원이 시장경제 왜곡...정부, 스마트해져야" 직언

이승건 "주52시간, 유연하게 대처해야"

前정부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업인 쓴소리

다만 정책변화 조짐은 잘 안 보여...'주52시간 유연 대처'에 文 원론적 답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입장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입장하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 정치·경제계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난 7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벤처·유니콘 기업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기업인들은 대통령 면전이었지만 정책의 문제점을 작심한듯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 그는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습니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기 바랍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만 경제를 맡겨놨더니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대기업만 성장했으므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정신의 부정적인 면을 문 대통령 면전에서 해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뿐 만 아닙니다. 김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 진입이 어렵습니다”며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좀 더 스마트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서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직설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기업인은 김 대표 만이 아닙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됩니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게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52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한국인의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그 제도를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 한해서는 유연하게 해달라는 요청으로 역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규제완화’와 반대로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됩니다’라는 말도 파괴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인들의 쓴소리는 이때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과 대·중견기업 간담회에서 최태원 SK회장은 사회적경제 정책이 부진한 것과 관련해 “솔직히 지난번에 이 말씀을 1년, 햇수로는 거의 2년 전에도 와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도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며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 감시 기능을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업이 투자확대에 매진하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산책 중에 “대통령께서 주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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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문재인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사실 이 같은 장면은 전 정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정권 차원에서 부적절한 목적을 위해 기업의 팔을 비트는 사례가 많았던 당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대통령 면전에서 쓴소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설사 이런 정책 건의가 있었어도 공개되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대·중견기업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의 발언을 모두 공개했고 감추는 것보다 알리는 것이 오히려 보도가 ‘담백하게’ 나간다고 판단해 가급적 간담회에서의 발언을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문 대통령 앞에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이 토로돼도 정책적 변화로 이어질 조짐이 아직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 대통령은 주52시간 체제의 유연한 적용을 주문한 이승건 대표의 말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보십시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행사에 참석했던 고민정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한 분 한 분의 제안과 요청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라며 “관계 부처, 청와대 해당 비서관실 등에서 (기업 애로 사안에 대해) 답변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기업이 원하는 정책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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