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었지만 팔리지 않는 제품이 많아지며 제조업 출하 대비 재고 비율(재고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재고 부담으로 인해 제조업 생산이 둔화해 경기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11일 국제금융센터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116.0%로 나타났다. 이는 122.9%를 기록한 199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생산분 중 팔리지 않고 남은 월말 재고를 생산분 중 시장에 판매한 월중 출하로 나눈 값을 말한다.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다. 작년 10월 106.9%에서 11월 111.7%로 증가하더니 12월에는 4.3%포인트 더 뛰었다.
재고율은 경기가 좋을 때 높아지기도 한다. 반도체 등 한 번에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출하 시기를 대비해야 하는 업종들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고율 상승은 경기가 꺾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품을 만들었지만 수요가 적어 팔리지 않은 물건이 쌓인 것이기 때문이다. 재고율이 지속해서 뛰면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을 줄이고, 생산이 둔화하므로 결과적으로 경기는 더 위축된다.
실제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다. 작년 1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2개월 연속 줄어들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부업종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자동차 제조업 출하가 한 달 전보다 7.1% 줄었고 재고는 6.5%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업 출하도 5.1% 감소하고 재고는 3.8% 증가했다. 철강과 같은 1차 금속의 출하는 2.5% 줄었고 재고는 3.2% 늘었다. 출하 감소, 재고 증가는 모두 재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재고율 상승은 수요가 부진한 경제 상황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주춤해 재고가 쌓이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고율이 오르며 경기 둔화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라는 “재고 부담 확대, 기업 심리 악화, 수출 둔화 등으로 당분간 생산이 위축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0%)은 예상을 웃돌았으나 광공업 생산 부진으로 올해 1분기까지 그 흐름이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도 하반기 들어 일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미중 무역분쟁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