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찾은 싱가포르의 원래플스플레이스(One Raffles Place). 홍콩상하이은행(HSBC),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그룹 등 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 220여곳이 진출해 있는 아시아 금융허브 싱가포르의 금융센터다. KEB하나은행도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은행이 신설한 아시아 영업본부로 싱가포르가 낙점되면서 지점은 이에 맞춰 체계를 바꾸기 위해 몹시 분주했다. 싱가포르는 기업금융 위주여서 지점이 한 곳에 불과하지만 홍콩·런던·뉴욕과 함께 4대 해외 네트워크 중 하나로 자산규모가 지난해 기준 1조4,000억여원에 달한다.
싱가포르 투자은행(IB) 데스크는 영업본부를 통해 기업금융 부문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IB 데스크에서 추진하는 딜이 국내에서 심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싱가포르 영업본부에 상주하는 심사팀이 보다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국내에 보고하지 않고 현지에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전결권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이종혁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신속하게 딜을 추진할수록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해외 딜 위주로 아시아 IB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싱가포르 지점 대출자산의 약 70%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디케이트론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기업에 내준 여신 비중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는 물론 그리스나 아일랜드 등 유럽까지 딜을 유치한 기업 국적도 다양하다. 기업금융 역량이 무르익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지점장은 “달러화를 기본 통화로 삼는 글로벌 은행보다는 우리가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수년간 쌓은 경험으로 다소 위험성이 있는 고수익 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베트남에서도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호찌민 지점은 지난 2015년에야 사무소에서 지점으로 전환됐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위주의 영업 구조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전력공사 신디케이트론 등 현지 기업 딜을 2건 따낸 것이다. 인원 구성도 현지인 직원 15명, 한국인 직원 5명으로 현지인 비중이 높다. 박우영 하나은행 호찌민 지점 팀장은 “베트남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미 법인을 설립한 만큼 다른 국내 은행이 법인을 인가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개인금융보다는 기업금융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은 현지 영업을 위해 지점장을 중견중소기업(SME)과 리테일(개인)로 나눠 2명씩 두고 있다. 로컬 기업 영업은 보통 고객 또는 지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지 규제에 맞춰 지점장은 모두 현지인이다. 아직 동산 담보 인정이 쉽지 않은 한국과는 달리 자동차나 중장비까지 담보로 활용하는 관행을 따라 영업을 활성화 시켰다. 이를 토대로 여신 기준 현지 기업과 한국 기업 비중은 4~5년 전 50대50에서 이제는 72대28로 확실한 현지화가 이뤄졌다. 정순영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 상무는 “여신심사도 현지에서 하고 모든 영업이 현지 기반으로 진행된다”며 “로컬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지점을 61개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인도네시아 총자산은 2016년 12월 34조7,000억루피아(약 23억9,000만달러)에서 2018년 6월 40조6,000억루피아(28억달러)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대출금은 26조5,000억루피아(18억3,000만달러)에서 31조9,000억루피아(22억달러)로 늘었다. 직원도 1,200명에 달한다. 특히 기존 기업금융 위주에서 개인 금융으로 사업영역을 적극 확대하며 현지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현재 115개 은행 중 약 29위(BUKU3 레벨) 수준으로 내년까지 20위 이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고객 수는 2016년 말 7만9,000명에서 지난해 15만명으로 2년 만에 두 배 늘었다”면서 “외국계 은행으로만 보면 7~8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현지 고객 증가에 따라 한국의 자산관리프로그램, 개인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신상품을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또 현지에서는 시작단계인 방카슈랑스와 커스터디(수탁) 등의 신규 사업 투자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동남아 각국에서 성장하면서 하나은행의 글로벌 수익은 급속 성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2,465억원, 2017년 2,388억원에서 지난해 2,855억원으로 늘었다.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부문 이익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목표다./자카르타=황정원기자 호찌민=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