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외신과 업계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부터 매각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인수할 것이냐다. 우선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SMIC가 거론된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세계 2~3위권의 반도체 기업을 중국 업체에 호락호락 넘겨줄 리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D램 업체 푸젠진화반도체에 장비·부품·기술 수출 제한조치를 내려 사실상 고사시킨 바 있다. 특히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파운드리의 14나노 팹을 빼앗기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비메모리 집중” JY, 파운드리 치고 올라가나=업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 또는 SK하이닉스(000660)의 인수설이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단순계산으로는 점유율 23.3%(지난해 기준)로 단숨에 하위 업체들과 간격을 벌릴 수 있다. 50% 이상의 절대적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TSMC와의 격차를 절반까지 추격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약세와 맞물려 ‘비메모리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 파운드리는 올해부터 전체 반도체 성장률(약 4%)보다 높은 7.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비교적 손쉽게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일각에는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파운드리 지분 90%를 보유한 ATIC가 UAE의 국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글로벌파운드리와 관련된 논의를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반도체 협력을 언급했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UAE 고위급면담에서 글로벌파운드리와 한국 반도체 기업 간 전략적 기술제휴 가능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5G 및 정보기술(IT) 미래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미 기술력에서 글로벌파운드리를 앞섰다는 점에서 인수의 실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14나노 공정을 자체 개발하는 데 실패해 이미 삼성전자로부터 공정 라이선스를 받아 적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7나노 미세공정을 넘어 3나노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구미가 별로 당기지 않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인수 시 단박에 파운드리 3강으로=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을 다변화하기 위해 2017년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분사했다. 오는 2021년까지 청주 M8 공장에 위치한 국내 파운드리 장비를 모두 중국 우시로 이전하기로 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파운드리가 확보한 CMOS, FinFET, FD-SOI 등의 기술력은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구미를 끌어당길 수 있다.
AMD라는 탄탄한 팹리스 기업의 물량이 확보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과거 AMD의 반도체생산사업부에서 분사된 회사다. 글로벌파운드리는 AMD와의 웨이퍼 공급 계약에 ‘다른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면 벌금을 문다’는 내용을 명시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다만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미세공정 개발을 포기한 뒤 AMD가 TSMC에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위탁한 점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