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슬기로운 싱글라이프] 당신은 로봇 '사만다'와 사랑을 나눌 준비가 됐나요

■영화 Her 넘어...현실이 된 섹스봇

"2050년 로봇성관계 인류 절반 될것"

작년 CES선 섹스로봇 '엑스모드' 출시

사람 신체구조·피부 촉감까지 비슷

지나친 잠자리 요구 땐 거부하기도

숨기던 性 아닌 당당히 즐기는 시대

홍대 주변·신촌·신사 가로수길 등

다양한 성인용품숍 속속 문열어

유튜브 채널서도 性 콘텐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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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 인민대 인구·발전센터의 리인허 주임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오는 2050년이 되면 로봇과의 성관계가 전체 인류 성관계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주임은 “이미 중국에서 섹스로봇이 생산돼 팔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일반인들도 보통의 가전용품처럼 섹스로봇을 쉽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워치는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20억달러(약 5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용 로봇을 시작으로 로봇 청소기, 애완견 로봇 등 각종 로봇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데 이어 이제는 사람을 대신할 섹스로봇까지 판매되는 시대가 됐다. 개인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가정용부터 일부 국가에서는 성매매 업소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용도로까지 쓰인다. 지난 2010년 섹스로봇을 개발한 트루컴패니언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여성 로봇 ‘록시(Roxxxy)’와 남성 로봇 ‘록키(Rocky)’를 9,995달러(약 1,12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원하는 얼굴부터 헤어스타일, 머리와 눈 및 피부색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제작이 가능하다. ‘CES 2018’에서 공개됐던 어비스크리에이션의 인공지능(AI) 섹스로봇 ‘엑스모드’도 출시됐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2,000만원에 육박한다.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과거 리얼돌로 불리던 초기 섹스인형이 빠르게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신체구조는 물론 촉감 또한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돼 인간으로 착각할 수준이라고까지 한다. 사용자의 말이나 접촉에 로봇이 말과 행동으로 반응한다. 사용자와의 교감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하고 지나치게 잠자리를 요구하면 거부 의사를 밝힐 줄 아는 로봇도 나왔다. 이제 솔로들도 로봇만 있으면 더 이상 연애 상대가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성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기술의 진화로 등장한 섹스로봇을 두고 인간 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회사 킨키스돌스가 미국 휴스턴에 열 계획이었던 섹스로봇 성매매 업소는 시의 불허로 무산됐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도 세월이 흐르면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성욕은 식욕·수면욕과 함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일자리도 빠르게 로봇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성매매 업소라고 예외일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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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성욕은 감춰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랬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면 ‘문란하다’ ‘천박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특히 2030의 젊은 세대,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귀찮아하는 싱글족에게도 성이나 섹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관련 산업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섹스토이로 불리는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은 으슥한 뒷골목이 아닌 번화가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라고 불리는 ‘삐에로쑈핑’ 매장에 가면 19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는 성인용품숍이 있다. 방문객의 대다수인 젊은 남녀는 깔깔대고 웃기도 하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곳으로 들어간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 주변, 신촌, 신사동 가로수길 등에도 몇 해 전부터 다양한 성인용품 판매점이 들어섰다. 외관만 봐서는 카페나 캐릭터 제품 판매점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곳이 많다. 이곳에는 러브젤, 페로몬 향수, 콘돔, 망사 스타킹, 이벤트용 속옷 등 주로 커플이 찾는 아이템을 비롯해 남성과 여성용 자위용품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의 사용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딜도나 우머나이저 같은 제품을 써본 여성들이 올리는 리뷰를 읽다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질 정도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평이 좋은 제품일수록 후기도 많다. 남몰래 하던 취미에서 당당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하는 추세다.

글로벌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가 국내에 진출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2005년 일본에서 설립된 텐가는 위화감이 들지 않는 디자인의 제품으로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의 성인용품 업체로 성장했다. 텐가는 2017년 3초에 한 개꼴의 제품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2016년 11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가상현실(VR) 기기의 발전도 성인용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시장을 크게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재프레이는 2025년 VR 포르노 시장이 10억달러(약 1조2,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비디오게임(14억달러)과 비슷한 규모다. 성인용 VR 콘텐츠는 본인이 영상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몰입감을 주며 미국·일본 등 성인물이 발달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에도 성적 호기심을 달래줄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AV 배우인 시미켄이 한국어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시미켄 TV’는 오픈한 지 2주도 안 돼 구독자가 25만명을 넘어섰다. 그 밖에도 친절한 현이씨·홍차TV 등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도 구독자가 확대되고 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이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꼈는데 앞으로는 정서적 교감뿐만 아니라 육체적 사랑까지 나누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파트너를 굳이 인간에게서 찾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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