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빙하기에 접어들었지만 주식시장의 부동산 펀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증시 변동에 대한 불안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근 수익률이 우수한 부동산 펀드로 쏠리는 것이다. 특히 그간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공모펀드가 잇따라 출시돼 개인투자자의 자금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부동산 공모펀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7개에 그쳤던 부동산 공모펀드는 2017년 말 29개, 2018년 36개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41개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8,000억원대에서 지난달 말 2조4,000억원까지 세 배가량 확대됐다. 정부의 잇따른 대출·세금 규제로 부동산 직접투자의 기회가 좁아졌으나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는 투자금이 부동산 펀드로 몰리는 것이다.
부동산 펀드는 국내외 빌딩·호텔, 유통·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매차익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만기는 통상 3~5년으로 건물을 되팔아서 차익을 올린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펀드와 해외 부동산 펀드는 지난 1년간 각각 5.21%와 7.70%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이 -9.53%, 해외 주식형은 -7.57% 손실을 본 것과 비교하면 우수한 성과다.
개별 펀드로 보면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11’이 25.11%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한화글로벌프라임상업용부동산자투자신탁(리츠-재간접형) 종류A’가 18.80%의 수익을 올리며 뒤를 이었다. 이 상품은 주로 글로벌 리츠 및 부동산 관련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안정적 수익 탓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출시되는 상품마다 인기몰이 중이다. 11일 KB자산운용이 출시한 ‘KB와이즈스타 부동산투자신탁 제1호’ 펀드는 판매 시작 10분 만에 설정액 750억원이 완판됐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이 선보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 ‘한국 투자 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파생형)’도 출시되자마자 설정액을 거의 채웠다. 오는 2032년까지 피렐리 타이어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가 100% 임대해 연간 배당수익률은 약 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업계는 부동산 펀드의 인기몰이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은 꺾이는 추세지만 부동산 펀드는 환매제한 기간이 있어 투자기간이 길고 임대료나 대출채권을 바탕으로 분기마다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식보다 변동성은 낮고 은행이자나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점도 강점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는 부침이 심한 다른 유형의 상품들과 달리 실물자산의 매각차익을 제외하더라도 연 5% 이상의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며 “올해 국내를 비롯해 일본·미국 등 부동산 펀드의 양호한 수익률을 바탕으로 공모를 통한 개인 투자도 확대되고 있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