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술·현장경영 의지 드러낸 최정우號

김학동·정탁 부사장 후보 추천

사내이사에 대우맨...창립이후 처음

순혈주의 깨고 철강 경쟁력 강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돌입했다. 포스코 창립 이후 처음 인수회사 출신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계열사 간 유기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포스코 경영문화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김학동 생산본부장(부사장)과 정탁 철강사업본부장(부사장)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전방산업의 글로벌 침체와 보호무역주의로 어려운 철강업황 속에서 정통 철강 전문가와 해외영업 전문가를 경영진에 포함시킨 데 대해 업계에서는 “포스코 본연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인선”이라고 풀이했다. 또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3명 중 1명을 교체하기로 하고 박희재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존 사내이사인 장인화 사장과 전중선 부사장, 기존 사외이사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정문기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추천됐다. 이 같은 이사진 개편은 다음달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정탁 부사장이다. 정 부사장은 ㈜대우로 입사한 ‘대우맨’이다. 1959년생으로 중앙고와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했다. 대우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에서 쿠알라룸푸르 지사장을 맡은 ‘해외영업통’으로 금속본부장, 포스코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 철강사업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철강사업본부장으로 선임돼 현재 마케팅본부를 이끌고 있다. 정 부사장은 포스코대우 출신 인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포스코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주로 철강 사업 출신들이 맡아왔던 핵심 요직인 철강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순혈주의가 강한 포스코가 인수회사에서 사내이사를 선임했다는 것은 변화의 신호”라며 “최 회장이 포스코만이 아닌 계열사는 물론 인수합병(M&A) 회사와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의 기술·현장경영 의지에 대한 표현은 김학동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강화됐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재료공학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1984년 포항제철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제선부장, 품질기술부장, 광양제철소 선강 담당 부소장, SNNC 대표이사, 포항제철소장, 광양제철소장을 두루 거친 정통 엔지니어다. 지난달에는 포항·광양의 제철소에 기술연구원까지 담당하는 핵심 직책인 생산본부장에 임명됐다. 포스코는 신임 이사 후보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지속성장, 생산·마케팅 현장경영, 산학협력 및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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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부사장의 발탁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과잉 등에 따른 철강업의 어려움을 뚫기 위해 포스코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30여년간 현장에서 제선·선강 등 대부분 철강 부문을 담당한 명실상부한 철강 전문가다. 포스코 생산의 양대 축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모두 소장을 맡았던 만큼 최 회장이 강조하는 ‘현장 경영’ 방침에도 부합한다. 포스코가 해외업체와 합작으로 만든 SNNC의 대표로 일할 때는 신소재 관련 업무도 맡아 신성장 동력 부문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포스코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제품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강해 수익성이 높고 판매처가 다변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인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이사회에서 전자투표제를 상법 개정 전 선제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 의안 등을 전자투표시스템에 등록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포스코는 다음 달 주주총회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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