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中, 위안화 안정 잠정합의] '中양보' 유탄 맞는 韓...위안화 1% 절상땐 수출 0.4% '뚝'

위안화 움직임따라 원화도 '요동'

中, 환율개입 금지땐 韓경제 타격

위안화절상으로 中경제 하강하면

완제품 수출 기업 피해도 커질듯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70전 내린 1,123원50전에 마감한 20일 서울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욱기자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70전 내린 1,123원50전에 마감한 20일 서울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굴러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는데 위안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하자 방송에 나와 대놓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무역전쟁은 곧 환율전쟁으로 귀결된다는 공식이 다시 한번 들어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에도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막겠다는 의지를 수시로 드러내왔다.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감정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통화정책 이슈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반드시 논의돼야할 중요한 부분”이라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목표는 결국 ‘환율’=그 후 미국은 한동안 환율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일 휴전’을 선언하고 밝힌 협상 의제는 중국의 기술이전 강제와 지식재산권 침해, 국가보조금 문제 등이었고 환율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므누신 재무장관이 “환율은 언제나 논의의 일부였고 목록(협상의제 목록)에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환율이 핵심 쟁점으로 재차 부상했다. 미 워싱턴DC에서 진행된 제1차 고위급 협상에 이강 인민은행 총재가 포함된 것도 위안화 절상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무역협상 합의안에 위안화 환율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은 원화에 충격을 가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단순한 고율 관세 ‘협박’만으로는 중국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관세 폭탄 투척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전년대비 10% 이상 늘어난 데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5% 이상 떨어진 탓이 크다.



시장에서는 과거 전례를 볼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환율과 관련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 때 배포한 팩트시트를 통해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우리 정부의 확약을 거론했고, 실제 우리 정부는 환율 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합의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한 새 협정에도 환율시장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했으며,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유사한 방지책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韓 , 위안화 절상 유탄 맞나=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환율 개입 금지를 명문화할 경우 한국은 최대 피해국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환율개입 중단은 곧 위안화 절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위안-원 동조화 정도는 0.76이며, 원달러 환율이 1% 하락(원화 강세)하면 총 수출은 0.5%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위안화가 1% 오르면 원화는 0.76% 오르고 총 수출은 0.4%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위안화 환율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합의되면 정작 바위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은 한국 경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위안화 절상은 환율 효과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기업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현대연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9.9%, 전체 수출은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경제의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 중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원화가 엔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의 타격도 예상된다. 우리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0.5 이상이다. 수출 품목의 절반 이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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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현실화되면 우리 주력 수출품, 특히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며 “미중 무역분쟁은 미중간 패권경재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중국 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는 환율을 반드시 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조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수출기업에게는 호재다. 중국 기업의 유일한 우위였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와 중국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중국과의 수출 경합도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김능현·한재영 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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