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핵협상 기대치 낮춘 뒤 성과 포장 의도 깔린듯

■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반복 왜?

성과 미흡땐 비판 선제적 차단

北엔 성의·결단 압박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우주군 창설에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우주군 창설에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또다시 비핵화 속도조절론을 꺼낸 것을 두고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핵 담판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스몰 딜’에 따른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미리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에서 꺼낸 발언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의제 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서 북한을 향해 과감한 결단을 빨리 내리라고 압박하는 메시지도 속도조절론 안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보기를 원한다”면서도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지난 15일에도 기자들에게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서두를 게 없다’는 표현을 같은 자리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사용했다. 핵 담판을 불과 일주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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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에서야 하노이로 출발하는 등 의제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협상 성과 미흡 시 쏟아질 비판 세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사전 포석’일 수 있다. 북한 역시 여전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대내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점을 보면 현재 양국의 사전 협상 진행 상황은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으로는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제재’라는 카드를 손에 쥔 채 주도적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으니 북한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그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이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한국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된다. 2차 회담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청와대는 물론 각계에서 경협에 군불을 때고 있어서다. 실제 청와대는 19일 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협을 언급했다고 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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