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이 5조원을 넘어서며 ‘자금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낙폭이 컸던 코스피(KOSPI)2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데다 연 7% 안팎의 중수익 상품으로 대항마가 없다는 점에서 자금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ELS(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포함) 발행액은 5조984억원으로 한 달 동안 5조원을 끌어모았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 2,971억원이 유입된 것을 고려하면 거의 15배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6개월 설정액 증가액(5조8,255억원)이 한 달 사이에 늘어난 셈이다.
ELS 시장이 활기를 띠다 보니 지수형 상품뿐 아니라 신규 기초자산에 대한 실험 역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KOSPI200, HSCEI, S&P500 지수형이 주력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지수와 기존 국내 종목 톱3인 삼성전자·한국전력·SK텔레콤 외에 신규 종목을 넣은 ELS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올 1월에는 기존에 잘 편입하지 않던 국내 종목 5개(포스코·기업은행·바이오메드·셀트리온제약·에이치엘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도 나왔다. 또 월간 발행 규모에서 HSCEI가 차지하는 비중이 1월에는 44.2%로 지난해 6월(79.8%)보다 확연히 줄었다. 대신 유로스톡스(EURO STOXX)50이 64%로 지수 다양화도 시도 중이다.
ELS가 자금 블랙홀이 된 것은 먼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하락했던 KOSPI200, HSCEI, S&P500이 1월에만 10% 이상 급반등했기 때문이다. HSCEI는 지난해 저점 대비 12.2%, S&P500은 16%, 코스피도 11.6% 상승했다. 또 코스피뿐 아니라 HSCEI, S&P500도 저점을 확인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ELS의 아킬레스건인 녹인(knock-in·원금손실구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증시가 단기 바닥을 확인하면서 6개월 이후 조기상환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중호 KB증권 파생상품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지수 급락 조건이 시장에 공개된데다 지수 하락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는 6개월 후 조기상환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LS를 대체할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없다는 점도 ELS 독주를 부추긴다. 지난해 ‘검은 10월’ 코스피가 14% 급락하면서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과 같이 ±5%, 즉 10% 내에서 하방을 막은 상품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1월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저조해 아직 ELS를 대체할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정준 삼성자산운용 시스템전략운용팀 매니저는 “양매도 ETN과 같은 상품은 급락기에는 하방을 막아 수익률 방어에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2월 만기 상승폭이 양매도 ETN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서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며 “바닥을 확인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올해도 ELS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