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전격 상향한 가운데 대법관들도 절반이 만 60세 전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연한 상향에 대해 판단이 엇갈린 하급심들과 달리 대법관들 사이에선 상향 조정에 이견이 전혀 없던 이유도 자기 세대 문제에 대해 더 현실적 고려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평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모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하라고 의견을 낸 대법관 12명 가운데 조재연(62)·박상옥(62)·조희대(61) 대법관은 이미 만 60세를 넘겼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이기택 대법관은 현재 만 59세이지만 각각 오는 10월, 6월, 7월 환갑을 맞는다. 기존 육체노동 가동연한 연령에 이미 도달했거나 근접한 대법관만 6명이다.
김재형(54)·박정화(53)·민유숙(54)·김선수(57)·이동원(56)·노정희(55) 등 50대 중반 내외 대법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대법관들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드는 김재형 대법관이 “만 65세라고 연령을 특정하기보다 ‘만 60세 이상’이라는 포괄 선언에 그쳐야 한다”며 별개 의견을 낸 점은 눈에 띄었다.
대법관 퇴임 기준으로 확대하면 대법원장 포함 전체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을 제외한 10명이 만 60세를 넘긴다. 특히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안철상 대법관은 퇴임 시 나이가 각각 67세, 66세로 변경된 육체노동 가동연한(65세)까지 뛰어넘게 된다.
사실 법관 업무는 육체노동이 아닌 데다 대법관 정년은 법원조직법 상 만 70세다. 대법관 퇴임 후에도 변호사 등 전문 직군에서 정년 없이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관들 다수가 만 60세 전후에 포진된 만큼 해당 세대의 시대적 문제를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일반 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연령을 60세로 볼지, 65세로 볼지 여부를 두고 하급심에서는 끊임 없이 결과가 엇갈렸지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이날 사건도 이들보다 젊은 판사들은 기존 판례 대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단했지만 대법관들은 예외 없이 파기환송 의견을 제시했다.
김 대법원장 등 다수 의견을 낸 9명의 대법관들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