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또 '피해자다움'에 엇갈린 1·2심…성폭행 주장한 女 징역형

1심 "가해자 녹음본 일부삭제" 무죄

항소심선 "피해자답지 않다" 징역형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꽃뱀’으로 몰렸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같은 사건을 심리했지만 ‘강간피해자다움’에 대한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확연히 갈렸다.(관련기사☞[단독]녹음 원본으로 뒤집힌 판결···'꽃뱀' 몰고가려다 들통)

21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최규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무고죄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을 뒤집고 징역 6개월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저녁에 회사 상사이자 노조 집행부 관계자인 B씨와 술을 마신 뒤 B씨가 미리 예약한 호텔에 함께 투숙했다. 이튿날 A씨는 “전날 밤 술에 취해 의식이 없었고 중간중간 깼을 땐 남자친구인 줄 알았다”며 준강간(심신미약 혹은 저항 불능 상태인 사람을 간음하는 행위) 혐의로 B씨를 고소했고 B씨도 “합의 하 성관계였다”며 A씨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1·2심 재판부의 해석이 완전히 엇갈린 것은 ‘강간피해자답다’는 기준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마신 술이 이미 A씨의 평소 주량을 넘어선 점, A씨가 술에 쉽게 취하고 다른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주사가 있었다는 점, B씨를 비롯한 회사 직원들이 이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가 당일 밤 남자친구 어머니 집에 투숙할 예정이었는데 사전연락 없이 잠들어버렸다는 점도 A씨가 취한 증거로 봤다.

관련기사



재판부는 “음주자가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 같아도 음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Black Out)이 있을 수 있다”며 “B씨가 남자친구에게 (행위를) 사과한 점이나 성관계 전에 녹음기능을 켜 둔 점도 의도적”이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공판 과정에서 B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녹음본 일부를 삭제한 뒤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1·2차에 걸쳐 맥주와 칵테일, 와인 한 병을 마셨고 호텔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점, 술집에서 B씨에게 음식을 먹여주거나 팔짱을 끼는 장면이 포착된 점을 들어 A씨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봤다. A씨가 만취할 정도로 과다하게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A씨가 성관계 도중 남자친구 이름을 부른 점도 “성적 흥분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지 성관계 대상이 B씨라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했고 어머니 집에서 자려 했다는 주장도 “A씨가 주소지를 카카오톡으로 받았다고 진술한 시각과 실제 전송 시각이 달랐다”며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B씨가 녹음파일을 조작한 점에 대해선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증거자료를 만들기 위함이고 그 부분을 제외하면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상대방 남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뒤 남자친구에게 들킬까 봐 고소한 걸로 보인다”며 “상대방 남성이 자칫 성범죄로 처벌될 뻔해 범행이 악의적이다”고 판단했다.

A씨 변호인단은 즉각 상고하기로 했다. A씨 변호를 맡은 김상균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A씨의 거동만 가지고 항거불능상태를 판단할 수 없음에도 재판부가 ‘피해자다움’을 협소하게 규정한 점에 유감을 표현한다”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신다은·한민구기자 downy@sedaily.com

신다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