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이 당국자는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비핵화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것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하노이 실무협상 의제를 설명하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제시한 우선순위의 일부로 여러분의 관심을 돌리고 싶다”며 “비건 대표는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인식 증진, 모든 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로드맵 작성 노력을 말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WMD 동결은 비건 대표가 강연 당시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간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북한 비핵화 조치의 기본으로 삼아 ‘+α’의 범위가 주목받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무협상의 의제가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날 나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는 것을 확신할 때까지 압박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핵무장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의 변치 않는 목표라고 언급하면서도 ‘위험의 상당한 감소’ ‘미 국민의 안전’ 등을 압박 완화의 조건으로 지목하는 등 훨씬 유연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우려의 대상인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흔들었다. 전화 브리핑에 나섰던 당국자는 “북한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어떤 지점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할 모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며 비핵화의 대가로 경제발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향해 강조했던 ‘밝은 미래’를 다시 한번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한 압박일 수밖에 없는 베를린장벽 붕괴를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 도중 북한 비핵화 회의론과 관련된 질문에 “나는 1989년에 동독 국경을 순찰하는 젊은 군인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장벽이 무너진 날에는 아무도 그 벽이 무너지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여기(한반도)에서도 세계가 지금껏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동이 이뤄지는 그런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고 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보장이 아닌 흡수통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