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도했던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KMC)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초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차 방북 당시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스탠퍼드대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KMC는 폼페이오 장관이 CIA 국장 시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든 대북 핵심 조직으로 김 전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사전교섭을 진두지휘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직접 이끌었던 김 전 센터장의 발언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센터장은 1차 평양 방문 때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평생 살아가기를(carry the nuclear weapon on their back their whole life)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만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은 종전선언의 확보를 원한다. 북한은 또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핵보유국 인정은 그간 북미협상에서 거론된 적이 없는 의제인 만큼 김 전 센터장의 이날 발언은 막후 대미협상용 카드로 북한이 이를 이용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선행조건으로 김 위원장이 선(先) 북미관계 개선을 요구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먼저 쌓여야 하며 이를 위해 북미가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맞물려 미국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주한 미군 감축이 북미정상회담의 논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