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방콕 K뷰티 매장 가보니] 20대도 설화수 '홀릭'...6조 태국시장 가꾸는 K뷰티

에뛰드하우스·더페이스샵 등

평일인데도 2030 고객 북적

소득수준 대비 뷰티 수요 높아

프리미엄 시장만 1조원 넘어

에이블씨앤씨 등도 속속 노크




“한류 때문만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이 좋아서 한국 화장품을 주로 삽니다.”

지난 12일 태국 방콕 시내의 프리미엄 H&B스토어인 ‘이브앤보이’에서 만난 직장인 퓨즈(Fuse·27)씨는 마몽드를 구매하며 “K 뷰티 유튜버들이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고 설화수는 심지어 한국의 ‘라메르(미국 하이엔드 화장품)’로 불릴 정도”라며 ‘한국 화장품 예찬론‘을 펼쳤다. 방콕 시내 백화점·복합쇼핑몰에 위치한 에뛰드하우스·네이처리퍼블릭 매장도 평일 오후임에도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2030대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뷰티 업체들이 아세안 최대 규모의 뷰티 시장인 ‘태국’에서 K뷰티 대전을 벌이고 있다. H&B스토어가 강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 태국 뷰티·생활용품 시장은 약 6조원(2017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프리미엄 뷰티 시장 규모가 1조원 이상일 정도로 소득 수준 대비 프리미엄 뷰티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국내 뷰티 업체들은 앞다퉈 태국에 매장을 늘리거나 새로 진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태국 매출이 싱가포르 등 다른 아세안 국가보다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2006년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라네즈를 처음 선보인 이후 에뛰드하우스·설화수· 마몽드·이니스프리 등을 잇따라 진출시켰다. 2012년 설립된 100% 출자 현지 법인이 태국 내 80여 곳(지난해 4·4분기 기준)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2005년 더페이스샵으로 진출해 현재 태국에서 후 매장 8개를 포함해 총 80여 개 매장이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에이전시를 통해 판매되다 태국 뷰티시장 성장에 힘입어 최근 100% 출자 법인을 설립해 이를 통해 후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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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 2015년 태국에 진출해 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모델인 남자 아이돌 그룹 ‘엑소’ 팬사인회를 열자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태국 총판을 맡고 있는 현지 파트너사의 정성훈 부사장은 “한류 덕에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과 점포 수 모두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후발주자들도 속속 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 10월께 미샤를 선보인 데 이어 애경산업은 최근 방콕 시내에 AGE 20‘s 매장 두 곳을 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2013년 한화로 5조원 밑을 맴돌았던 태국 뷰티 시장은 5년 만인 올해 7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재 아모레퍼시픽 태국 법인 차장은 “불교국가인 태국은 전생에 쌓은 덕이 현생의 외모에 나타난다고 믿어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높다”며 “한국에서도 고가로 분류돼 50~60대가 주로 구매하는 설화수를 태국에선 20대들이 많이 구매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태국 소비자들은 평균적으로 6단계에 걸쳐 메이크업을 하는데 이는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태국 뷰티 시장이 성장하면서 발전 양상도 한국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태국에서도 최근 소비자들이 H&B스토어를 통해 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 매장 500여개를 보유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왓슨스가 대중적 H&B스토어라면 최근 프리미엄 H&B스토어격인 ‘이브앤보이’ ‘세포라’ 등이 성업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뷰티업체들도 국내 전략과 달리 속속 H&B스토어에 입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브앤보이에 입점한 이후 5위 안을 수성하고 있다.
/방콕=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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