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얹은 지게를 지고 있을 때는 혼자 일어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손 내밀어 주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면 금새 일어날 수 있지 않습니까. 해송이버섯을 제2의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고 성공을 다시 꿈꿀 수 있는 것은 지게꾼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과 같이 힘을 보탠 ‘재창업자금’ 덕분입니다. ”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재춘(56·사진) 월드팜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금 성공을 꿈꿀 수 있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친환경 건축 마감재를 제조하는 사업을 운영했지만 악조건이 겹치며 결국 지난 2006년 폐업했다. 생계를 위해 건물 종합관리 기업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우연히 강원도 양양 인근에서 자생적으로 자란다는 토종 버섯 종자인 해송이 버섯을 알게 되면서 다시 꿈을 키우게 됐다. 하지만 실패 경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 번 사업을 실패한 사람으로서 기회를 다시 잡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는 이 대표는 “폐업했을 때 이곳 저곳에서 끌어다 쓴 대출을 연체하면서 금융권 신용도가 상당히 낮은 상태였고, 결국 2015년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창업 후에 기업 운전자금이 부족해 다시금 위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무기질과 베타글루켄, 비타민 등이 풍부한 해송이 버섯은 자연산 송이버섯보다 칼륨이 약 2배, 칼슘은 3배 정도 더 많이 들어있어 뼈와 관절 건강에 좋은 식품이기 때문에 입소문만 타면 충분히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해송이 버섯에 몰두해 인공재배가 가능한 액체 종균 배양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중진공의 재창업자금은 정직하게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실패한 기업인에 새로운 사업 시도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제도로, 저신용자로 분류돼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이들을 중점적으로 돕는다. 중진공에서는 재창업하려는 사업 아이템의 확장성을 눈여겨볼 뿐 아니라 폐업(또는 부도)한 사업장의 이력을 살펴 기업인 개인의 탓인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 것인지 등을 살펴 최종적으로 지원을 결정한다. 세부적으로는 일반 재창업과 융자상환금 조정형, 신용회복위원회의 재창업 지원 등으로 나뉜 이 제도는 연간 약 1,000억원 예산을 활용해 정책자금 기준금리(현재 연 2.3%)를 적용하고 있다. 대출 기간도 시설자금의 경우 최장 10년, 운전자금은 6년으로 긴 편이어서 재창업시 시설 투자 등에 자금이 필요한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일부 교육 면제자를 제외하고는 재창업자를 위한 전문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만 자금 지원이 이뤄져 실패한 이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사전에 방지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재창업자금 지원을 통해 1억 3,000만원을 받아 2017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장을 가동했다. 현재는 2,200평 규모의 대지 면적과 1,200평의 생산시설에서 친환경 원료를 활용해 해송이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월드팜은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 인증과 무농약 인증, 강원도 우수 농수특산물 인증도 획득했다. 상품 유통망도 꾸준히 늘면서 현재는 이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 롯데마트, GS슈퍼마켓 등 주요 대형마트를 통해 수도권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매출 역시 2016년 2,7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해는 5억 5,0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에 나선다.
이 대표는 “1세대 버섯 종자가 대부분 일본에서 넘어오는 등 토종 버섯 종자를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국립종자원에서 해송이버섯의 품종을 인정해 무척 기쁘다”며 “장기적으로 해송이버섯을 가공해 바이오 상품으로 선보이고 수출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