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현대차는 오는 2023년까지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간 9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연평균 투자액(5조7,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다.
세부적으로 신차 개발 등 R&D에 20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시설 및 장비의 유지보수와 노후 생산설비 개선 등 경상투자에 10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미래차 기술에는 14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신차 개발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를 이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4개 모델에 불과했던 SUV는 2020년까지 8개 모델로 확대하고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에도 더욱 힘을 줄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미국 내 고급차시장 점유율을 1.6%(1만580대)에서 올해 4.8%(3만1,000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다양한 신차들이 연이어 출시되는 만큼 ‘신차 빅사이클’이 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천명했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을 목표로 14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미래 기술 분야는 우선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에 3조3,000억원,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에 2조5,000억원, 선행 개발 등에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전동화 분야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 우위를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출시하고 수소전기차는 2030년까지 8조원을 투자해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등 미래 스마트카 개발을 위해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 2021년에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보 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크게 악화하고 있는 현대차의 수익성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우선 2020년까지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 자기자본이익률(ROE) 9%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대까지 하락했으며 ROE 역시 1.9%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나타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아울러 잉여현금흐름 30~50% 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글로벌 업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다각적인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약속한 수준 이상의 ROE 달성을 조기에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 14조~15조원 수준의 필수 유동성을 확보해 급변하는 자동차 업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운전자본과 우발 위험 대응 등에 대비해 24조~2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영활동에 필요한 최소 운전자본과 함께 매년 1조원 수준 이상의 시장 친화적 배당을 위한 적정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현대차가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조처로 풀이하고 있다. 전날 정 수석부회장을 사실상 그룹 경영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주주 환원 정책을 확대하기로 한 것 역시 현대차의 적극적인 반격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9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도 주주 환원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는 엘리엇 등 일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엘리엇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