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엘리엇, 현대차 고배당·사외이사 압박… 주가하락에 '생떼부리기' 제안

업계 "미래투자 재원 배당에 쓰면

중장기적으론 주주에 막대한 손실"

2715A02 엘리엇 청구일지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다음달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7조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져 있음에도 자기 배부터 채우겠다는 헤지펀드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배당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주주 제안을 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보통주 배당금은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이며 총액으로 각각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주주 환원을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리엇은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차에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을 위해 13조원 이상을 쓰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가 잉여현금이 각각 8조 5,833억~9조9,053억원, 4조1,554억~4조6,226억원에 달할 정도로 초과자본을 쌓아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엘리엇이 이번에도 초과자본을 명목으로 주주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16만원에 사들인 주식이 12만원대로 하락한 것에 대한 분노의 시위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재무구조가 아직까지는 우량하지만 추세적인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한때 8조원을 웃돌던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데다 환율·유가·무역분쟁 등 대외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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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주장대로 배당을 실행하게 되면 현대차와 모비스가 투자에 써야 할 돈을 빼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동화·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변동기를 맞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시장 대비, 국내외 스타트업 제휴 및 지분투자,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기반 확보 등 미래차 분야에 3년간 4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도 조만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현대차 이사회가 엘리엇이 요구한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 이사회는 이날 “대규모 현금 유출로 중장기적 기업 및 주주 가치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사외·감사 제안도) 특정 산업에 치우쳐 이해 상충에 우려가 있다”고 공시했다.

특히 현대차와 모비스 사측이 앞서 결정한 배당금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3.8% 감소한 가운데 배당금 수준을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모비스는 전년 대비 500원 증가한 4,000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예상은 했지만 엘리엇의 요구는 현대차의 현재 상황은 물론 미래 상황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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