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이틀째인 27일 북한대표단은 2차 북미정상회담 전담팀과 베트남 공식 방문 전담팀 등 2개 팀으로 나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김 위원장이 핵 담판 첫 일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 직전까지 ‘두문불출’하며 전략을 고심하는 가운데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은 정상회담장인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을 드나들며 1박2일 담판을 준비했다.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등은 하노이 밖으로 나가 하롱베이와 하이퐁까지 돌아보고 왔다. 특히 오 부위원장 일행이 다녀온 하롱베이와 하이퐁은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관광·제조업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정상회담 일정 이후 김 위원장의 동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부위원장과 함께 하노이 외곽으로 이동한 북한 간부는 리수용 외교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김평해 인사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10명 정도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8시(현지시각)께 숙소인 멜리아호텔을 나섰다. 오 부위원장 일행의 첫 목적지는 하롱베이였다. 하롱베이는 지난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베트남 북부의 대표 관광지로 해외 관광객들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금강산은 물론 백두산, 원산-갈마지구 등 북한 내 여러 곳을 관광 중심지로 키우려는 김 위원장의 관심을 충분히 끌 만한 지역이다. 게다가 하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1964년에 방문해 선상 투어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집권 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할아버지의 길을 추구해온 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할 경우 김일성 후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날 하롱베이를 찾은 북한 간부들은 베트남 측으로부터 김 주석의 방문 당시 사진을 선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부위원장 일행은 하롱베이에 이어 오후에는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도 직접 둘러봤다. 하이퐁은 베트남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베트남의 첫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빈스마트’ 등 베트남 경제를 이끄는 여러 제조업체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한국의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해외 기업 80여곳도 하이퐁에 둥지를 틀고 베트남 경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북한수행단은 이날 하이퐁에서 빈패스트와 빈스마트 등을 방문했다.
북한·베트남 모두 김 위원장의 하이퐁 방문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베트남 공식 방문 기간 내에 김 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시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핵 담판에서 어떻게든 미국의 제재완화를 상응 조치로서 끌어내고 이른 시일 내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래전략 수립 차원에서 해외 성공 사례를 직접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3월1일부터 2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고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정이 끝난 후 추가적인 동선이 있을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할 때 꼭 중관춘과 같은 경제 발전 현장을 둘러본다”며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일정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