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2018년 임단협을 타결 짓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인상 여부와 보상 금액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여전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지역 상공계와 협력업체 등은 지역 경제가 큰 위협 상황에 부닥쳤다며 ‘조속한 임단협 타결 촉구’를 호소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8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부산본부,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와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르노삼성차가 인력 감축과 작업 외주화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기술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유출하는 등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 달부터 사외 집회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강력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대중집회나 전 조합원 교육, 대국민 선전전 등에 함께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로 르노삼성차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가 처한 상황 등을 외면한 채 임금만 요구하고 있다는 시선을 의식해 이날 임금 관련 주장을 기자회견문에 담지 않은 것으로 봤다.
르노삼성차는 올 9월 생산 종료 예정인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생산성 격려금(PI) 350%(300% 기지급 또는 지급예정 포함) △이익배분제(PS) 선지급 3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등 최대 1,400만원의 일시 지급금으로 보상하는 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이밖에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정기상여 지급 주기 변경 및 기타 단체협약 개정 내용도 회사안에 포함됐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단일호봉제 도입 △특별 격려금 300만원 지급 △축하 격려금 250% △2교대 수당 인상 등 고정비 인상에 초점을 맞춘 요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노조는 회사의 최대 1,400만원 보상금 제안에 대해 여기에 포함된 PI와 PS 금액은 회사에서 이미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므로 임단협 보상금으로 논의될 성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 주장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르노삼성만이 유일하게 PI와 PS를 지급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오해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임단협이 지연되고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올 9월로 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후속 수출 물량 배정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닛산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다 신차 물량 확보도 불투명해 지면 회사 경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여파는 르노삼성차가 수출과 협력사 등으로 부산·경남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상공계의 중론이다.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업체로 꾸려진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와 부산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조속한 임단협 타결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두 단체는 진전없는 협상과 지난 27일까지 152시간에 달하는 파업으로 협력업체들과 부산·경남 지역 경제가 모두 큰 위협 상황에 놓였다며 지역 경제 위축을 우려했다.
협력업체들의 경우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예상치 못한 휴업과 단축근무로 인력 이탈과 함께 1,1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많은 중소 및 영세 협력회사들은 자금난 심화로 사업 존폐의 기로에 몰려있고 추가적인 손실을 줄이려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많은 근로자가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차의 한 협력업체는 한번 파업을 할 때마다 5,000만 원씩 직접적인 손실을 본다고도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는 전국 260곳으로 이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업체의 종업원 수는 약 6만4,000명이다. 부산·경남에 있는 협력업체는 90곳으로 고용인원은 2만3,000명 이상, 연간 매출은 1조원 이상이다. 부산상의는 “르노삼성차만의 문제를 넘어 260개 1차 협력사는 물론 10만여 2, 3차 협력사 종업원과 가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지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부산공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당부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