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비핵화 합의에 실패해 ‘빈손’으로 평양에 돌아가게 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섣불리 강경정책으로 회귀하기보다는 중국과의 밀착도를 높이며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공백기를 가지면서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베트남 공식 방문 이후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수 있는 확실한 카드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김 위원장이 타고 온 전용열차는 중국 난닝에서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인데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시 주석과 관련 결과를 내밀하게 공유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북중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전용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경유해 베트남에 도착했다.
북미관계가 당분간 싸늘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주요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계속 대화를 유지하고 성의를 보이며, 함께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데 힘쓰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계속 우리가 마땅히 할 역할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금 강조하며 평양에 복귀한다고 해도 이번 북미회담이 남긴 상처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종전의 ‘핵·경제 병진’ 대신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선언하고 내년이 종료 시점인 국가발전5개년계획의 실행을 강조하며 주민에게 ‘행복한 삶’을 약속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제재해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으나 미국의 장벽에 막혀 실패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제재 망이 워낙 촘촘한데다 남북 경협 등도 제재해제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하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의 눈치를 보며 대북제재에는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2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보도를 어떻게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강경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이 협상의 판을 깨며 강경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