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미협상 결렬] "환상 영화같아""지도력 훌륭" 덕담 나눴지만...등돌린 두 정상

■해피엔딩 되지 못한 회담

트럼프 "서두르지 않겠다" 속도조절론 거듭 강조

WP기자 "타결 자신하나" 질문에 金 "속단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사람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회담 일정 내내 미소를 내비치며 서로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려 애썼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치밀하게 준비한 내용이었다. 웃음을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 측 취재진의 질문 공세도 피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에게 기자가 질문하는 것은 북한 언론 환경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김 위원장은 오히려 북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복선이었을까. 덕담으로 시작했던 두 사람의 대화는 정상회담 무산에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현지시각)께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전날 만찬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한 덕분에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도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북한이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다”며 “미사일도, 핵 로켓도 없었다”고 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며 “오늘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반드시 좋은 성공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협상 개시에 앞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하노이에 오기 전부터 수차례 강조했던 속도조절론을 다시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언급하면서 “하루 이틀에 다 끝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이 성공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김 위원장의) 아주 훌륭한 지도력 아래서 성공적인 나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제적으로 아주 특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회담 때처럼 2차 회담도 ‘영화’에 비유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만남을 회의적으로 보던 사람들 가운데도 우리가 마주 앉아서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대해 마치 환상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오늘도 역시 훌륭한,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틀째 훌륭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사이 우리가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는 그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어제에 이어 이 순간도 전 세계가 이 자리를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협상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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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김 위원장과 취재진 사이의 질문과 답변이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미국 측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이 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 위원장은 “우린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질문에도 “아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리용호 외무상이 “기자들을 내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음에도 답변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에게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기자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여유를 보였다. 다만 인권 관련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또 김 위원장은 공개발언 말미에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현장에 있던 미국 기자가 ‘협상을 타결(get a deal)할 자신(confident·북측 통역은 확신이라고 통역)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노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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