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HSBC 월드 챔피언십] '슬로 스타터' 징크스 깬 박성현…올 두번째 대회서 역전극

버디 9개 몰아치며 4타차 뒤집어

"항상 초반 부진…올핸 마음 편해"

국내투어서도 3년차에 7승 거둬

美 무대 세번째 시즌…큰 자신감

고진영 3위…태극낭자 4명 톱10

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센토사=AFP연합뉴스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센토사=AFP연합뉴스




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한 뒤 볼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고 있다. /센토사=신화연합뉴스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한 뒤 볼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고 있다. /센토사=신화연합뉴스


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한 뒤 볼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고 있다. /센토사=AFP연합뉴스박성현이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한 뒤 볼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고 있다. /센토사=AFP연합뉴스


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박성현이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 /센토사=신화연합뉴스3일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박성현이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 /센토사=신화연합뉴스


559야드의 16번홀(파5). 18개 홀 중 네 번째로 어려운 이 홀에서 박성현(26·솔레어)의 드라이버 티샷은 맞바람을 뚫고 299야드까지 나갔다. 페어웨이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조금 짧았고 60야드 거리에서의 세 번째 샷도 짧아 핀까지 3m 가까이 남겼다. 장기인 장타가 빛났지만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넘어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박성현은 퍼터도 뜨거웠다. 정확히 홀 속으로 숨어든 버디 퍼트에 박성현은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장타여왕’ 박성현이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 축포를 터뜨리며 시즌 5승 목표를 향해 쾌속 순항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여 만의 우승이면서 시즌 첫 승, 미국 통산 6승째다. 박성현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GC의 뉴탄종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다섯 번째 대회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나흘 합계 15언더파 209타로 2타 차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 첫날 선두와 1타 차 공동 6위, 둘째 날 선두와 3타 차 공동 7위, 셋째 날 단독 선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4타 뒤진 공동 8위였던 박성현은 마지막 날 버디 9개,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보태며 4타 차 역전극을 완성했다. 64타는 이날 참가 선수 중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페어웨이를 두 번밖에 놓치지 않은 드라이버 샷은 평균 281야드를 찍었고 그린도 한 번만 놓친 가운데 퍼트는 단 27개로 막았다.


박성현은 슬로 스타터로 분류돼왔다. 시즌 초반보다는 중후반에 몰아치기로 승수를 쌓는 스타일이다. 미국 데뷔 시즌인 2017년에 14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고 지난해도 8번째 출전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올 시즌은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 공동 21위에 이어 두 번째 대회 만에 일찌감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슬로 스타트에서 벗어나 ‘약속의 3년차’에 대한 기대감을 부쩍 끌어올린 것이다. 박성현은 국내 투어 시절에도 3년차에 시즌 7승으로 폭발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새 후원사와 계약하고 새 드라이버를 꺼내 들며 어느 때보다 큰 자신감을 보였던 박성현은 한층 더 강력해지고 정확해진 장타와 쇼트게임 능력으로 쭈타누깐과의 라이벌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나갔다. 세계 1위 탈환도 가까워졌다. 세계랭킹 1위 쭈타누깐은 4번, 13번홀 더블보기 등으로 3타를 잃으면서 단독 1위에서 8언더파 공동 8위까지 밀려났다. 샷과 퍼트가 모두 난조를 보였다. 세계 2위 박성현과의 랭킹 포인트 격차는 0.83에서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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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1~3번홀 세 홀 연속 버디 등 첫 7개 홀에서 버디 5개를 몰아치며 5타를 줄였다. 8번홀(파5) 보기로 주춤했으나 남은 홀에서 다시 버디 4개를 보탰다. 14언더파 동타로 호주동포 이민지와 2파전을 벌이던 박성현은 16번홀에서 다시 단독 선두를 되찾았다. 앞 조 이민지가 282야드의 짧은 파4 홀에서 어프로치 샷 실수로 보기를 범하면서 박성현은 1타 차 선두가 됐고 16번홀 버디로 격차를 2타로 벌렸다. 기세가 오른 박성현은 17번홀(파3) 먼 거리 퍼트를 잘 붙여 파로 마무리했고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다시 파를 지켰다. 2타 차 1위로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20분 가까이 대기하던 박성현은 마지막 조 이민지의 18번홀 두 번째 샷이 들어가지 않아 우승이 확정되자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박성현은 시상식에서 “우승이 이렇게 빨리 와서 기분 좋다. 항상 시즌 초반을 힘들게 시작했는데 올해는 한결 편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PGA 투어는 휴식기 뒤 오는 21일 미국 본토 대회로 넘어간다. 박성현은 필리핀 호텔 기업인 솔레어와 후원 조인식(5일)을 위해 필리핀으로 이동하고 6~8일 현지 투어 대회에도 참가한다.

한국 선수들은 11언더파 공동 3위 고진영, 10언더파 공동 5위 김효주, 9언더파 7위 지은희까지 4명이 톱10에 드는 강세를 이어갔다. 박인비는 4언더파 14위, 신인 이정은은 5언더파 공동 11위다. ‘한국 군단’은 박성현의 우승으로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벌써 3승(지은희, 양희영)째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대로면 2017년의 15승을 넘어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경신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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