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애초에 미국과 북한의 눈높이가 크게 달랐던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핵 협상은 정상회담 이전에 좌초했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몇 주 전부터 결렬을 예고하는 틀림없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기대치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여전히 차이가 컸다.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의 해제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광물·수산물·석탄·원유·정제유를 아우르는 북측의 요구가 사실상 대북제재 전면 해제에 해당한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WSJ는 “미 당국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렸고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해제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영변 핵시설 부분폐쇄’의 대가로 제공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직 당국자는 “두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만으로 좁히기에는 북미의 간극이 너무 컸다”면서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정상회담 이전에 해결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두 지도자가 서로의 개인적 관계를 과신한 것은 오산이었다”며 비핵화 협상의 장래에 짙은 안개가 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회담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의 오판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과도한 자아(ego)가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무협상부터 북미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았는데 서로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밀어붙이며 합의 불발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실무협상에서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지만 북측 협상팀은 ‘오직 김 위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영변 핵시설 내부의 어떤 시설을 해체할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