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카슈미르

‘요정의 나라가 그곳을 감싸고 있고 마술이 있는 곳, 꿈속같이 아름다운 요정의 도시.’ 인도의 국부 자와할랄 네루가 1940년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보면서 남긴 헌사다. 히말라야산맥의 서쪽 끝부분에 자리 잡은 카슈미르는 풍광이 수려해 무굴제국 시절부터 황제의 별장이 지어질 만큼 유명한 관광지였다. 성자 하마다니는 이곳을 ‘솔로몬의 정원’으로 명명했고 유럽인들은 ‘동양의 지상낙원’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카슈미르에서 키우는 산양 털로 만든 양탄자가 명품으로 취급받으면서 최고급 모직물을 일컫는 ‘캐시미어’라는 영어 단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한반도 크기의 카슈미르는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종교적·이념적 갈등에 휩싸이게 됐다. 당시 지배세력인 힌두교도 하리 싱이 70%를 차지하는 무슬림 주민의 뜻과 달리 인도에 귀속시키는 바람에 인도와 파키스탄 간 반목의 진원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해 10월 인도와 파키스탄 간 1차 전쟁이 발발해 유엔의 중재 아래 정전협정이 발효됐고 결국 파키스탄령(아자드 카슈미르)과 인도령(잠무 카슈미르)으로 나뉘게 됐다. 양국은 이후에도 1965년과 1971년에 걸쳐 두 차례 더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인도가 동파키스탄 독립 문제에 개입하면서 발생한 3차 전쟁에서는 양쪽을 분단하는 군사통제선이 그어졌고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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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는 글로벌 강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린 ‘세계의 화약고’이기도 하다. 북동부의 악사이친 지역은 1962년 인도-중국 국경 분쟁에서 중국이 점령해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양국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온 미국까지 가세해 사태의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카슈미르 독립과 파키스탄 편입을 내세운 무장단체들의 활동이 잦아지면서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최근 카슈미르에서 공중전까지 벌이며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도 공군은 1971년 이후 처음으로 군사통제선을 넘어 대규모 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양국이 모두 핵보유국인데다 내정 혼란을 덮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국가적 자존심을 건 사안이 돼버렸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70년간 이어진 인간의 탐욕이 새로운 문명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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