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핵 담판이 결렬됐음에도 한미가 예정대로 대표적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 종료를 결정한 것은 우선 북미 협상 불발에 따른 북한의 무력도발 빌미를 주지 않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내부적으로 수차례 강조했던 ‘훈련비용’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훈련만 계속 축소되고 있어 소규모 훈련 등으로 대체된다 하더라도 안보 약화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종료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기자회견장에서 이미 감지됐던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 회담장 밖으로 나온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생각인가, 아니면 중단 상태로 둘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전에 포기했다. 왜냐면 할 때마다 1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폭격기들이 괌에서부터 와야 한다. 내가 처음에 이걸 시작할 때 한 장군이 ‘네. (폭격기가) 괌에서 옵니다. 바로 옆입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옆이 7시간 거리다. 폭격기들이 와서 수백만 달러의 폭탄을 떨어뜨리고 돌아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훈련에 수억 달러를 사용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표현을 썼다.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북한과 협상 카드로 쓰는 동시에 내부 정치 선전용으로도 활용한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나오고 진전이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만 끌면 한미동맹의 단결력 약화 등 우리의 안보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연합훈련을 줄여놓은 채 방치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두 훈련의 현재 이름이 지어진지 각각 11년, 44년만이다.
키리졸브연습은 한미 연합군사령부가 연합사 ‘작전계획 5027’ 등을 적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게임(War Games)이었다.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수행하는 절차에 중점을 둬 실시되는 연합전구급 지휘소연습(CPX)이다. 한국측에서는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국방부직할·합동부대가, 미측에서는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등이 각각 참가했다.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으로 칭했던 이 연합훈련은 2007년 키리졸브로 바뀌었다. 당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하면서 기존 연합훈련의 기본 모델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일차적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2008년 미측의 주장에 따라 ‘주요한 결의’란 뜻의 키리졸브연습이 처음 시행됐다. 당시 미측은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 결의를 표현하고자 키리졸브란 이름으로 작명했다. 1976년에 시작된 팀 스피릿(Team Spirit) 훈련이 시초였고, 1994년부터 2007년까지 RSOI로 시행되던 시기를 거쳐 2008년부터 11년간 키리졸브로 시행됐던 것이다. 작년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로 진행됐다.
독수리훈련은 1961년 소규모 후방지역 방어훈련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독수리’로만 불리다가 1975년부터 연합·합동작전과 연합특수작전 개념을 추가해 ‘독수리훈련’으로 변경됐다. 연합기동훈련·해상전투단훈련·연합상륙훈련·연합공격편대군훈련 등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지역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한미가 키리졸브 종료를 대신해 새로 만든 소규모 연습의 명칭은 ‘동맹’이다. 대표적인 군사훈련 종료에 따른 한미동맹 약화 우려가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커지는 걸 불식하기 위해 ‘동맹주의자’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이 새 이름 선정에 힘을 실었다는 후문이다.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