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동원된 할아버지·할머니 측 변호인단이 피해자 승소로 결론 낸 대법원 판단에 불응하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강제집행 대상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보유한 국내 상표·특허권이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변호단과 미쓰비시 히로시마 징용 피해자 소송 변호단 등은 4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이번주부터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 변호단을 맡은 법무법인 지음의 김정희 변호사는 이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부터 이번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압류 신청을 낼 예정”이라며 “대기업이기 때문에 상표·특허권 정도면 배상 액수가 충분히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쓰비시중공업은 국내에 1,000여건의 상표·특허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적인 압류 대상은 이 가운데 10여건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은 미쓰비시 측이 이미 처분했거나 변호인단에 확인이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쓰비시 히로시마 징용 피해자 소송 변호단 소속의 김세은 변호사는 “강제집행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강제징용 할아버지들 각각 진행할 예정이며 압류 대상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양금덕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해자에게 각각 1억~1억5,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또 같은 날 6명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서도 미쓰비시에 8,000만원씩 배상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이에 일본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지난달 말까지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제집행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이 끝내 요구를 묵살하면서 결국 강제집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 사이 피해자인 김중곤 할아버지와 심선애 할머니 등이 지난 1월과 2월 각각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