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동영상 등 핵심 디지털 증거 3만 건 이상을 검찰 송치 과정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경찰청에 이에 대한 진상 파악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진상조사단은 4일 “경찰청 본청 특수수사과가 2013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 주요 관련자들의 휴대폰·컴퓨터에서 확보한 3만 건 이상의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오는 13일까지 진상을 파악하고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지난달 28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누락한 디지털 증거 복제본을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등에서 현재 보관하고 있는지, 이를 삭제·폐기했다면 그 일시와 근거, 송치누락 경위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혹시 복제본이 아직 존재한다면 진상조사단에 제공 가능한지도 확인해 달라고 물었다.
진상조사단 조사8팀은 지난해 11월15일부터 조사5팀이 담당하던 김 전 차관 사건을 원점에서 전면 재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록에 첨부된 경찰 작성 디지털증거분석결과보고서와 출력물에는 복구된 사실이 확인되나 송치 기록에는 첨부가 누락된 동영상과 사진 파일 증거가 적어도 3만 건 이상임을 확인했다. 특히 경찰은 강원 원주 별장 등에서 압수한 윤씨의 SD메모리, 노트북 등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4개에서 사진 파일 1만6,402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하고도 전부 송치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사건 관련자인 윤씨 친척에게 압수한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사진파일 8,628개, 동영상 파일 349개를 복구하고도 이를 송치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윤씨 회사에서 9년가량 근무했고 2008년 여름께 윤씨가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김학의 동영상을 구워 달라고 해 동영상을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옮긴 뒤 CD로 구워 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아울러 또 다른 사건 관계자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폰과 컴퓨터에서 사진 파일 4,809개, 동영상 파일 18개를 복구했으나 언론에서 보도된 김 전 차장 동영상 파일 4개 외에는 전부 제출하지 않았다. 박씨는 윤씨 차량에서 김 전 차장 동영상 파일을 최초 입수한 인물로 성접대 의혹을 빌미로 김 전 차장에게 거액을 갈취하려 하였던 일당 중 한 명이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경찰이 김 전 차장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가 개시된 데다 기록상 확보된 진술에 의하면 별장 성접대 관련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도 충분하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포렌식한 디지털 증거를 송치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 송치도 요구하지 않은 채 김 전 차장 등에 대해 두 번이나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꼬집었다. 조사단은 이어 “당시 검찰 수사팀이 송치 누락을 파악하고 수사상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함께 확인 중”이라며 “부실수사 내지 축소·은폐수사 정황에 대한 규명은 검찰 수사팀의 과오를 확인하는 진상조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