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수료 일방 인상 반발...현대차, 카드계약 해지

신한 등 5개사와 가맹계약 철회

대형가맹점까지 갈등확산 가능성

정부 무리한 수수료 인하 개입

가맹점 카드 간 갈등으로 비화

최악땐 결제불통 초래할수도

현대자동차가 카드 결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현대차(005380)와 카드사 간 수수료 인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이들 5개 카드사 고객이 현대차 등을 구매할 때 결제불통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여기에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까지 계약해지를 하고 나설 경우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 정부가 영세자영업자 부담을 줄인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에 직접 개입하면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현대차는 오는 10일부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새로운 수수료율을 정한 뒤 소급해서 적용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들 카드사는 지난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을 일방 적용하자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인상통보에 두 차례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하고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도 11일부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삼성카드·롯데카드·하나카드 등 5개사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000270)는 이번 계약 해지의 책임이 카드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들에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일부 카드사 계약 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의 유예 기간을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내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에 카드수수료율까지 올라가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영세자영업자 수수료 인하를 하면서 정부가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상을 허용했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적자분을 메울 수 없어 현행보다 1%포인트 수준의 수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BC·NH농협·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와 기존 수수료율 유지한 채 인상 폭을 협상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압박해줘야 하는데 막상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이 불거지자 뒷짐만 지고 있어 속이 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자영업자 수수료 인하를 할 때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니 압박할 수단이 별로 없어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결국에는 카드사가 ‘갑’인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계약해지 부담을 안고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 당국이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당장 대형 가맹점이 가맹점 해지를 선택해도 이를 처벌할 법적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계약해지 통보로 당장 결제불통 사태를 빚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데드라인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들도 고객들의 불편을 눈감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며 “인상폭 등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면 막판 타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카드 수수료 인하에 개입하면서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가 갈등하는 단초만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부진에 따라 대형 가맹점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수수료 관치’가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소비자 혼란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의 계약 해지가 불씨가 돼 자칫 대형마트나 통신사 등 다른 대형 가맹점으로 갈등이 확산되면 고객들의 결제불통 우려가 커지면서 또 다른 사회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호·김기혁기자 junpark@sedaily.com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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