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가 개정을 거듭할수록 복잡해지면서 분양 시장의 혼란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난수표처럼 변한 청약제도로 인해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국토교통부는 최근 154페이지에 달하는 ‘주택청약 Q&A 모음집’을 내놨다. 그런데 국토부가 직접 내놓은 이 Q&A 모음집 표지에도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 부적격자가 되면 일정 기간 청약 신청이 금지되는 등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간다”며 “국토부도 자신이 없다고 하는 데 누가 154페이지를 꼼꼼히 읽고 이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주택청약 및 주택공급제도 관련 자주묻는 질문(FAQ)’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올라왔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새로운 청약제도까지 포함해 내놓은 문서다. 15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데다, 표지에는 황당한 주의사항까지 적혀있다. 바로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참고용으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규칙 개정에 따라 내용을 수정했으나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주의사항이다. 즉 청약 신청자들이 이 문서에 적힌 대로 청약을 했다가 오류로 인해 부적격자가 되더라도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청약제도를 개편할 때마다 이 같은 Q&A를 게재해 왔다. 잦은 제도 변경으로 Q&A 내용은 갈수록 계속 길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직전에 발표한 청약제도 Q&A는 120페이지 안팎이었고, 지난해 3월 한국주택협회에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발표한 주택청약 Q&A는 파워포인트로 94페이지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이 올해는 154페이지까지 늘어났다.
이런 긴 설명 자료를 배포했음에도 일반 시민이나 분양 및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청약 제도의 내용을 묻는 문의 전화가 국토부로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직원 한 사람 당 하루에도 100~200통에 달하는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처럼 문의가 폭주하는 까닭은 청약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부적격 당첨자가 될 경우 불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부적격 당첨자가 되면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역은 1년, 수도권 외 지역은 6개월 동안 분양주택 입주자로 선정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들어 청약에 당첨됐지만 부적격이거나 대출 부족 문제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5구역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한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에서는 지난해 서울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한 청약 부적격자보다 약 두 배 많은 부적격자가 나와 미계약 잔여 물량을 추첨으로 돌렸다. 이 외에도 미니 판교로 불리는 ‘판교 대장지구’에서 분양된 단지들도 자금 부담이나 청약 부적격 등의 이유로 계약 포기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