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2)씨의 재심이 6일 시작된다.
김씨 측은 앞서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김씨에게 신청권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김씨는 구속상태에서 재심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따르면 오는 6일 오후 4시 제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 1부(김재근 지원장) 심리로 김씨의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를 시작하기 전 쟁점과 유무죄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자리로, 이날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김씨는 2000년 3월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의 성추행 때문에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동생이 용의 선상에 올라 대신 자백했다. 아버지의 성추행도, 내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의 부당함이 인정돼 복역 중인 무기수 중 처음으로 2015년 11월 재심 대상자로 인정받았다.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지면서 재심 개시 시점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있었던 2018년 10월로 미뤄지게 됐고 김씨 측이 재판부 이송 및 국민참여재판 요청을 하면서 또 한 번 미뤄지게 됐다.
김씨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인을 통해 지난해 말 법원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형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70세 이상이거나, 임신 6개월 이상, 출산 후 50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 형 집행으로 현저한 건강염려가 있을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검사의 지휘로 형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수형자의 형집행정지 심의는 검찰이 관할하지만 재심 사건은 법원이 재량권을 갖고 판단할 수 있다.
2015년 김씨의 재심 개시 결정을 한 재판부는 수사 경찰이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러 재심을 하게 된 것이고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형 집행을 정지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검사의 항고와 재항고 절차가 진행되면서 3년여간 재심 재판이 지연되고 인신 구속상태가 이어졌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에게 재심 재판의 빠른 처리를 위해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대법원장에게도 재심개시 결정 후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재심개시가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형 집행 정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