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먹구름에...中企대출 증가세도 꺾였다

4대 은행 2월 증가율 8.2%

전년 동기보다 1.6%P 떨어져

부실우려 커지자 여신관리 깐깐

신용·주담대도 정체..."영업 비상"




경기하강 전망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중은행이 연초부터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만큼 우량 중소기업을 두고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전년 대비 중기대출 증가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8.2%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포인트 감소했다.

4대 은행의 중기대출 총 잔액은 2017년 2월 말 287조1,437억원에서 지난해 2월 말 315조2,989억원으로 늘어나 9.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1년 뒤 올 2월 말 기준 잔액은 341조원1,370억원으로 증가율이 한풀 꺾였다. 2017년이나 지난해만 해도 정부가 은행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역할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었지만 올해 초부터 주춤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은행권이 올해 경기하강의 압력이 커지면서 부실 우려가 있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5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은 올해 주요 전략의 하나로 리스크 관리 강화를 내걸며 보다 깐깐하게 여신을 내주고 있다. 특히 내수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자영업자의 여신 관리를 두고 비상이 걸렸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자영업자 금융채무 불이행률(연체 90일 이상)은 2014년 말 1.59%에서 2017년 말 1.32%로 지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말 1.43%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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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리스크 담당 임원은 “올해나 내년을 경기하강 사이클로 들어서는 초입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기존 대출의 부실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지만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신규 대출은 전년에 비해 소극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경기부진으로 기업대출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2.7%로 지난해 전망치인 4.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대비하려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높여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 규모를 키우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부실 우려가 없는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영업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 베테랑을 선발해 25개 영업본부에 영업추진센터장 34명을 전진 배치했다. 이들은 지점장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며 고객 유치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까지 주어진다. 신규 중소기업 고객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지점에 영업 노하우도 전수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중앙영업그룹을 2개의 영업그룹으로 분리했다. 특히 지방 경기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은행도 수도권 중기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어 과당경쟁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주은행은 수도권 지역 점포를 2014년 4곳에서 30여곳으로 늘렸으며 DGB대구은행은 수도권 기업영업 전문역을 2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가 확실한 우량 중소기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은행이 이들 기업에 금리를 낮춰주는 등 물밑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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