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미세먼지에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카드뮴·납 등 유해성분이 뒤섞여 있어 호흡기·순환기·눈·구강 질환 등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킨다. 외출을 자제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물 자주 마시고 외출 후 가글링·코 세척=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방어능력이 떨어진다. 가장 손쉬운 대응법은 물을 소량씩 자주 마시는 것이다. 기관지 점막의 건조함을 줄여주고 유해 노폐물을 빨리 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가습기 등을 이용해 적정 실내습도인 40~60%를 유지하고 온도는 실내온도 섭씨 20~22도를 유지한다. 공기청정기도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 얼굴·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가글링이나 구강·코 세척으로 피부·입안의 미세먼지를 없애준다. 외투에는 각종 먼지가 붙어 있다. 자주 털어주고 빨아준다.
호흡기 점막과 면역력 증강에 좋은 생강차·칡차를 마시면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민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는 “따뜻한 성질의 생강은 신진대사·면역력을 활성화하고 염증을 낮춰준다. 칡차는 코를 촉촉하게 해주고 열을 식혀준다”며 “둘 다 비염에도 좋다”고 조언했다. 칡차가 쓰게 느껴지면 호흡기에 좋은 배와 꿀을 넣어 마시면 맛도 영양도 올라간다.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풍부해 50대 이후 여성에게도 좋다. 커피·녹차는 항산화제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카페인의 이뇨작용으로 점막을 더 마르게 할 수 있다.
◇라식·라섹수술 한 달 안 됐으면 특히 주의해야=미세먼지는 눈물막의 주요 구성 성분인 지방층을 만드는 마이봄샘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켜 안구건조증·각막염의 발생위험을 높인다.
눈물막은 지방층·수분층·점액층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쪽 지방층은 눈물의 증발을 억제하고 피부의 피지로부터 장벽을 형성해 눈물층의 오염을 방지한다. 지방층은 위아래 눈꺼풀 가장자리와 속눈썹이 나는 부위에 있는 20개 안팎의 마이봄샘에서 만들어진다. 마이봄샘 통로 등이 손상되면 눈에 꼭 필요한 기름 성분이 부족해져 눈물의 증발이 빨라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유발되거나 악화할 수 있다.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은 인공눈물을 하루 4~5회 이상 점안하는 게 도움이 된다. 안구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다른 이물질도 세척해주는 역할을 한다. 안구건조증을 개선해주고 각막염으로의 진행을 막아준다. 생리식염수는 눈을 잠시 적셔주는 효과는 있지만 눈물의 중요 성분을 씻어내므로 좋지 않다.
중금속·바이러스·세균 등이 뒤섞여 있는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결막에 달라붙으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염증이 생기고 충혈·눈곱·간지러움·이물감 등이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다. 손으로 눈을 비비면 각막이 손상되거나 눈꺼풀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 사용자라면 건조하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컬러·소프트 렌즈보다 하드 렌즈를, 콘택트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게 좋다. 렌즈가 눈으로 공급되는 산소와 눈물을 차단해 눈이 더욱 건조해지고 렌즈와 눈 사이에 이물질이 오래 머물도록 해 각막염 등 각종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라식·라섹수술이나 안내렌즈삽입술 등을 받은 지 한 달이 안 됐다면 수술 부위가 다 아물지 않아 감염·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인공눈물을 자주 점안하고 외출 후 충혈·통증·시력저하가 생겼다면 신속히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황제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세안하는 것만으로 눈꺼풀을 깨끗하게 닦기 어려우므로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수건을 눈 위에 올려 온찜질한 뒤 눈꺼풀청결제를 사용하면 눈에 붙은 마지막 미세먼지까지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이 뻑뻑하고 쉽게 피로해진다면 눈의 안쪽 구석과 콧대 사이에 있는 정명혈(睛明穴)을 엄지 등으로 3초 정도 가볍게 눌렀다가 떼는 동작을 반복해보자. 엄국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정명혈은 눈의 피로를 풀고 눈을 맑게 해주는 대표적 혈자리”라며 “눈의 건조감을 예방·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압을 하면서 눈을 깜빡이거나 움직이는 운동을 해주면 더욱 좋다.
◇미세먼지 속 이물질이 충치·치주염 등 유발=미세먼지가 심하고 건조한 날씨는 구강건강에도 안 좋다. 입안이 건조하고 유해세균의 농도가 높아져 입 냄새는 물론 치주염·잇몸질환·충치 등 치아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브로콜리·해조류·흑마늘 등 항산화·염증완화 및 면역력 강화 효과가 좋은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브로콜리는 칼슘·비타민C가 풍부해 잇몸·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알칼리성이어서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해산소를 감소시키고 염증을 완화해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파래·다시마·미역·김 등의 해조류도 알칼리성 식품으로 치아가 산에 의해 부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파래 1g에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폴리페놀이 해조류 중 가장 많은 9㎎가량 들어 있다. 칼슘·칼륨 등 미네랄 성분이 김보다 5배나 많아 뼈·치아 건강에도 좋다. 흑마늘도 메라노이딘·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면역력을 높여준다. 폴리페놀은 입속 세균활동을 억제하고 불소화합물의 수치를 높여 치아 법랑질(에나멜)의 손상과 치주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진세식 유디강남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외출하고 돌아오면 양치까지는 아니어도 구강세정제나 물로 가글을 하면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다”며 “액체로 된 구강세정제는 칫솔질이 잘 닿지 않는 잇몸 경계, 볼 안쪽 등에 붙은 유해세균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