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숨막히는 미세먼지] 미세먼지發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총선용 돈풀기' 논란 예고

■"추경 검토"하라는 文

정부 "미세먼지로만 예산 적어

고용·경기부양 모두 묶어 편성"

'재난' 인식 상반기내 통과 목표

교부금 등 빼면 추경 재원 제로

적자국채에 나랏빚만 늘어날판




정부가 미세먼지 대응을 명분으로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한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용부진 및 경기침체 대응 목적이 더 큰데다 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나릿빚만 더 늘릴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6일 “미세먼지 대책만으로는 예산이 크지 않을 것이며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모두 묶어 규모 있는 추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의 한 관계자도 “현 상황은 국가적인 재난 수준이어서 요건을 충족시키며 상반기 이내가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및 경제협력과 같이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이미 자연재난에 버금가는 수준인데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황사가 재난안전법에 자연재난으로 포함된 만큼 미세먼지도 재해 발생에 따른 추경 편성 요건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추경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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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사업, 중국과의 공동 협력사업을 펴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연재해 대책 복구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목적예비비가 올해 1조8,000억원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예비비 등 기존 재원으로 대응하면서 추경을 통해 미세먼지뿐 아니라 최저임금발 고용쇼크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 효과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추경을) 생각 안 하고 있으며 예산 조기 집행으로 재정 효과를 극대화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4·4분기 소득 1분위(최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사상 최대 폭인 17.7%(전년 대비) 감소해 소득 양극화가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지고 올 1월 실업자가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결국 추경 카드를 뽑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번에 추경 예산안을 편성한다면 2015년 이후 5년째가 되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세 번째다. 2017년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원 규모로, 지난해 3월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 위기 지역 지원을 위해 3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추경 실탄 마련 방안으로는 재정에 부담을 주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세수 호황 덕에 역대 최대인 25조4,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지만 실제 추경 편성에 가용할 수 있는 실탄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재정에 쓸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10조7,000억원에 이르지만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용처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정산하면 추경 재원은 사실상 제로다. 게다가 올해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세수 상황도 지난해만큼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2년간 추경 편성 때는 국세 예상 증가분, 세계잉여금으로 메워 두 해 모두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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