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펀드 판매사 이동제’ 있으나 마나

도입 10년 됐지만 자리 못잡아

월 사용률 6%대...건수 갈수록 뚝

수수료 낮춘 온라인펀드도 한몫




펀드 투자자가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고 판매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한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10여년이 지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월 이용 건수가 전체 펀드 계좌의 6%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 제도를 이용한 건수는 총 2,133건으로 월평균 178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에는 387건, 2016년 494건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펀드 계좌 수가 2,711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월 사용률은 6%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2010년 시행된 이 제도는 휴대폰 이용자가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것처럼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증권·은행·보험사 등으로 판매사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한 제도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판매사의 서비스 차별화 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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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초기에는 ‘갈아타기 열풍’이 불고 판매사 간 판도가 뒤바뀔 것처럼 여겨졌다. 첫 한두 달간은 판매사들의 고객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며 월 3,000~6,000건가량 이용하는 사례가 나왔지만 이내 급감하기 시작해 시행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융감독원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2016년 1월부터 단 한 번의 방문으로도 판매사를 변경할 수 있도록 절차를 쉽게 바꿨음에도 여전히 제도 이용 건수는 미미하다.

가장 큰 것은 판매사마다 수수료와 서비스가 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수수료는 선취로 떼어 가는 경우가 많아 판매사를 옮긴다 해도 투자자들에게 금전적으로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딱히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어디서 가입하든 사후관리나 서비스·수수료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번거롭게 옮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면서 “현재 이용 건수도 보통 특정 판매사에 있던 프라이빗뱅커(PB)가 다른 판매사로 옮길 때 본인이 관리하던 고객 계좌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펀드 시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사들이 아무리 수수료를 낮춰도 온라인전용펀드의 판매수수료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년 7월부터 공모형 펀드에는 무조건 온라인전용펀드가 함께 출시된다. 온라인전용펀드는 오프라인 상품 대비 비용이 거의 50%까지 저렴하다. 펀드온라인코리아(FOK) 같이 저렴한 수수료에 온라인에 특화된 증권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질수록 판매사 이동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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