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암호 걸린 문건을 주고받으며 영장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새어나가자 수사를 받던 판사가 사건 관련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7일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이 법조비리 수사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수사상황을 보고받았다. 또 사건에 연루된 현직 부장판사 7명의 가족관계와 배우자·자녀·부모 등 31명의 명단을 담은 문건을 건네며 “법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계좌추적영장 등을 더 엄격히 심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건은 대법원을 뜻하는 ‘scourt’라는 암호가 걸려있었다. 영장전담 판사들은 행정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수행하며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기 전 문제가 될 만한 판사들을 관리하기에 나섰다.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불려갔다가 수사상황을 알게 되자 바로 뇌물을 건넨 사람을 찾아가 허위진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검찰이 청구한 법관 가족 계좌추적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법원행정처가 내린 가이드라인을 따라 재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