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르노삼성 8일 신규물량 확보 '운명의 날'...임단협 불발 땐 한국GM 전철 밟을수도

시뇨라 사장 "협상 데드라인"

일부 생산시설 폐쇄 우려

협력사·부산경제 큰 타격




르노삼성이 신규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중대 갈림길에 섰다. 8일까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물량 확보에 실패해 일부 생산시설을 폐쇄한 한국GM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이견이 첨예하게 부딪히며 쟁점 사항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집중교섭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제시한 협상의 ‘데드라인’을 8일까지라고 언급한 만큼 노사는 8일 한 번 더 만나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집중교섭은 19차(7일)까지가 끝으로 8일 협상은 애초 예정에 없었다”며 “오늘 협상이 결론에 이르지 못한 만큼 8일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제공=르노삼성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제공=르노삼성


현재 르노삼성 임단협의 쟁점은 기본급 인상폭이다. 노조는 2017년 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만큼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자기계발비(2만133원) 인상과 특별격려금(300만원) 지급도 요구조건으로 꺼내놓았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을 원칙으로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생산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선지급금 300만원 등 최대 1,400만원을 일시 지급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측의 요구대로라면 사측이 제시한 안보다 한 명당 1,000만원 정도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차이인데다 기본급 인상은 공장의 기본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사측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동강도 완화와 최저임금 부분에 대해서도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이날 사측이 인력 추가 투입과 근로환경 개선, 추가 격려금 100만원 등의 수정 제안을 했지만 노조 측은 확답하지 않았다.



노조는 오는 6월까지라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당장 프랑스 르노 본사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임단협 타결이 더 늦어질 경우 물량 배정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해마다 20만대 정도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017년 26만4,037대를 고점으로 지난해에는 5만대가량 줄었다. 이 중 수출이 60%를 훨씬 웃도는 비중을 차지한다. 내수 비중은 30%대다. 특히 올해 9월 생산계약이 끝나는 닛산 로그는 수출물량의 78%에 달할 정도로 르노삼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로그 후속으로 신규 수출물량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르노삼성은 8만대가량의 내수와 2만대 정도의 수출물량으로 수천 명의 근로자를 먹여 살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단순한 위탁생산법인 정도인 르노삼성에 생산을 맡길 물건이 없으면 이 공장은 존재할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GM이 생산성 저하 등으로 중국 상하이GM에 생산물량을 내주고 유럽 수출물량을 독일 공장에 내줘 어려워진 것처럼 르노삼성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판매가 부진하자 현대차가 베이징현대의 중국 베이징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처럼 르노삼성 역시 르노그룹이 물량을 주지 않으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 40여개의 르노 공장이 신규 생산물량을 노리고 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GM의 군산공장이 폐쇄된 후 군산 지역 경제가 망가진 것처럼 부산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1차 협력사만도 185개에 달한다. 이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1만명이 넘는다. 한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공장의 가동이 하루 중지되면 수천만 원의 손실이 생긴다”며 “생산물량이 절반으로 줄게 되면 결국 부품사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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