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신라젠 3,000억 자금조달 차질 빚나

"발행 조건 좋지만 기업 고평가"

기관투자가들 부정적 반응




신라젠(215600)이 전환사채(CB) 발행으로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을 빚고 있다. 기관투자가 등의 반응이 예상보다 차가운 탓인데 이에 따라 발행 규모도 2,000억원 선으로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최대 3,000억원 규모 CB 발행을 추진하다가 규모를 2,000억원 안팎으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발행량이 너무 많은데다 바이오 기업 고평가 논란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 CB 3,000억원 중 키움증권이 1,5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투자가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에서 1,500억원 규모 CB 인수 외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기관 반응이 부정적이라 규모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펀딩은 오는 12일까지 종결할 예정이다.

CB 발행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5년 만기에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1년,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2년으로 설정했다. CB 만기 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전환가액 조정 수준도 현 주가에서 70%가량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금액이 크기 때문에 풋옵션 행사가 오면 신라젠이 방어할 수 있는지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며 “대부분 자산운용사들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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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관뿐 아니라 증권사의 주요 자산관리(WM)센터까지 투자 제안이 오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대형 증권사의 강남 소재 WM센터 측도 “키움증권이 신라젠 펀딩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PT)까지 했는데 발행 규모가 너무 커서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외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상장돼 있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도 예전만 못하다.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외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 딜은 지난해부터 굉장히 많다”며 “하지만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기술 하나만 있어도 기업 가치가 치솟고 있어 되레 적정 가격에 투자할 곳이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의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5조3,200억원 수준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신라젠은 바이러스를 활용한 면역항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펙사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현재도 전 세계 20여개국 이상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이번 투자 유치 후 임상 3상 규모 확대와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에 쓸 계획이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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