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열정의 배신] 성공하려면 열정을 버려라

■칼 뉴포트 지음, 부키 펴냄

세계적 통념 '열정 행복론'은 허구

유행처럼 번져 근거없고 되레 위험

좋아하는 일보다 희소성·가치 중요

한계 뛰어넘는 의식적 훈련 반복을




이른바 ‘열정 행복론’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지배하는 통념이다. 자신이 꿈꾸고 좋아하는 일은 천직처럼 따로 있고 그 일을 찾으면 저절로 행복해진다는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열정에 배신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열정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열정의 배신’은 이런 우리의 경험과 느낌에 확신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히려 “열정을 따르지 말라”고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열정론’에 일침을 가한다.

우선 저자는 ‘열정의 아이콘’인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열정 행복론’은 허구라고 비판한다. 2005년 잡스는 스탠퍼드대 스타디움에 모인 2만3,000명 앞에서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찾아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 유튜브 영상은 3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하지만 과연 잡스는 실제로 열정을 좇은 사람일까. 젊은 시절 잡스는 사업이나 정보기술(IT)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대학생 때는 장발을 하고 신발은 신지 않은 채 미국사와 댄스를 연구했고, 동양 신비주의에 심취해 명상을 즐겼다. 대학도 1년 만에 중퇴하고 인도로 영적 여행을 떠났다. 잡스는 성공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열정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젊은 시절 정반대로 살았던 셈이다.

관련기사



이런 신기루 같은 ‘열정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자에 따르면 ‘열정론’은 1970년대 유행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 더 영향력을 키웠다. 수많은 저자, 전문 블로거, 상담사, 그루 등이 “행복해지려면 열정을 따라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들을 퍼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열정론이 근거가 없는 데다 다소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열정을 가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부분 취미에 가까운 것이었고 직업이나 교육 관련은 4%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저자는 “따를 만한 열정이 없는데 어떻게 열정을 따를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열정 대신 무엇을 가져야 할까. 저자가 광고 디자이너, TV 방송 작가, 벤처 투자자, 농부 고고학자 등 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내린 결론은 바로 이렇다. 우선 ‘커리어 자산’과 ‘장인 마인드셋’을 갖추라는 것이다. “‘커리어 자산’은 희소하고 가치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자산을 쌓는 핵심 전략은 ‘장인 마인드셋’이다. ‘장인 마인드셋’은 ‘열정 마인드셋’과 대비된다. 장인 마인드셋이 ‘내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중시한다면, 열정 마인드셋은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훌륭한 커리어는 누가 거저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일궈내는 그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저자는 장인 마인드셋의 방법론으로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소개해 유명해진 학습법인 ‘의식적 훈련’을 제시했다. 의식적 훈련에서의 핵심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 ‘가혹하고 신랄한 피드백의 수용’인데,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려면 커리어 자산의 획득의 비결인 이 의식적 훈련을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만5,000원


연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