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도요타 이야기]도요타, 숱한 풍파에도 더 강해진 비결은

■노지 츠네요시 지음, 청림출판 펴냄

"항상 생각하면서 일을 하라"

끊임없는 생산방식 혁신 통해

'잃어버린 20년' 등 위기 극복

美·日공장 70회이상 탐사하며

현장의 목소리 생생히 담아내




미국 켄터키 주에 위치한 도요타 공장은 전 세계 52곳의 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60만 평 부지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10배가 넘는다. 이곳에서는 7,000명에 이르는 직원이 연간 완성 차 50만 대, 엔진 60만 기를 만들어낸다. 신작 ‘도요타 이야기’는 저자인 노지 츠네요시가 바로 이 켄터키 공장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생산 현장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도요타를 기업 존폐 위기에서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끈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다.

“문제가 있는 동안에는 절대 라인을 가동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불량품을 보내지 않는 것이 도요타의 생산방식이죠” 저자가 만난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다른 회사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가 켄터키 공장이 만들어진 1988년부터 일한 탓에 두 공장 간의 차이점을 피부로 느꼈다. 저자는 이밖에 수많은 현장 관계자를 통해 도요타의 생산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파고든다. 핵심은 작업자들의 인식 변화였다. 불량품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작업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작업자들이 생각할 필요없이 손과 발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일하도록 했다. 의식을 개혁해 기존의 업무방식을 고쳤다. 저자가 “도요타의 가장 큰 수출품은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과 현장”이라고 말하는 근거다.



저자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만든 핵심 인물들이 어떻게 도요타만의 생산 방식을 탄생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요타의 성공 스토리는 도요타 기이치로 창업자와 오노 다이이치 전 도요타 부사장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역설했다. 헨리 포드가 현장보다 경영 지표를 중시했던 것과 대비된다. 도요타와 오노는 현장 생산력 향상을 위해서는 효율성만 높아지는 포드식 벨트컨베이어 도입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없이 단순한 노동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노의 ‘잘못된 것은 작업자가 아니다.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관리자이다’는 발언이나 ‘처음부터 답을 줘서는 안 된다. 생각하게 만들어라. 생각하는 작업자를 만들어라’와 같은 도요타 창업자의 발언은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특히 오노는 “자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하게”라고 말하고 다니며 일하는 의식의 개혁이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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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요타가 처음 자동차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승용차를 만들기까지 험난한 과정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위기 극복을 위한 일등공신이었다. 도요타자동차는 탄생부터 모기업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고 비웃음만 샀다. 일본 내 자동차 대중화가 시작되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패전국으로서 수많은 제약이 있었다.

외부적인 타격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수출과 배기가스 규제, 4차 중동전쟁과 유류 파동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이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위기를 극복하고 난 이후에는 9·11테러와 2008년 경제위기를 맞았고, 브레이크 파열로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도요타는 ‘오늘 일하고 있는 방식을 의심하고 내일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시스템’인 생산방식을 토대로 위기 이전보다 강해졌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7년간 도요타를 집중 연구하고 일본과 미국의 생산현장을 70회 넘게 탐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만큼 이야기는 생생하게 살아있다.

책은 도요타 생산방식의 실체와 그것을 완성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돌아보게 한다. 도요타가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우주 탐사로까지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도요타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2만8,0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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