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정기총회. 총회 진행을 맡은 강호갑 중견련 회장이 연합회의 영문 명칭을 ‘AHPEK(Association of High Potential Enterprise of Korea)’에서 ‘FOMEK(Federation of Middle Market Enterprise of Korea)’으로 바꾸는 안을 상정했다.
강 회장은 “중견련 영문명인 AHPEK에서 보다시피 중견기업이 ‘잠재력이 큰(high potential)’ 기업으로 표현되고 있어 회원사들이 해외 고객에게 중견기업의 뜻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중견기업을 ‘미들 마켓 기업(middle market enterprise)’이라고 표현하는 국가가 많아 FOMEK으로 수정했다”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은 “이 안에 반대하는 분이 있냐”고 물었고 이의를 제기하는 중견기업 대표는 없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견련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중견기업을 뜻하는 공식 영문명이 ‘middle market enterprise’로 정해졌다. 업계에선 해외로 진출하는 중견기업이 많은 만큼 영문명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산자부와 중견련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51.1%가 2017년에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조 중견기업 중 수출 경험이 있는 곳은 65.1%에 달했다. 때문에 중견기업의 모임인 중견련의 영문명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개명이 어려웠던 건 정부가 ‘high potential enterprise’를 중견기업을 가리키는 공식 영문명으로 뒀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중견기업정책국에서도 영문 부서명에 ‘high potential enterprise’를 썼다. 중견련이 2013년 창립 때 이름을 AHPEK이라고 정한 이유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중견기업정책국이 중기부에서 산자부로 이관하면서 영문명칭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중견련은 지난해부터 다른 나라에서 중견기업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조사에 나섰다. 중견련 관계자는 “미국·일본·유럽 등 여러 국가의 사례를 찾아보니 ‘middle market enterprise’를 쓰는 곳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산자부도 지난달 조직개편을 계기로 공문서와 부서명에 중견기업을 ‘middle market enterprise’라고 표기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정부 내부에서도 중견기업을 가리키는 영문명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