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GM, 통상임금 정책 노골적 불만...최악 대비한 '안전판'도 노린듯

<위기의 한국자동차-GM '사업보고서' 파문>

"한국GM 모든 임금소송 지면

정상화에 쏟아부은 돈도 허사"







미국 GM은 최근 몇 년간 사업보고서에 통상임금과 관련해 한국GM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소송의 진행상황과 발생할 우발채무 산정 금액만 기술해왔다. 하지만 2018년 사업보고서에는 과거와 다른 부분을 기재했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현지 국가의 정부행정정책을 문제 삼았다. 미국 GM은 한국 정부가 한국GM에 ‘불리한 행정명령(an adverse administrative order)’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GM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앞으로 더 낼 소송과 관련한 비용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일지, 얼마나 들지(any possible loss or range of loss ) 현재 산정조차 어렵다(currently unable to estimate )”며 한국 정부의 추가적인 행정명령으로 피해액이 더 커질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미 GM이 글로벌 생산기지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은 것은 예상보다 통상임금으로 인한 비용이 회사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들 위주로 진행되던 통상임금 소송은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추가로 나서며 양상이 달라졌다. 한국GM은 군산공장이 지난해 폐쇄하는 구조조정 전 기준으로도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근로자들에게 줘야 하는 통상임금 소급 적용액만 생산직(6,730억원), 사무직(1,940억원) 등 총 8,670억원(7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4명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그동안 정규직과 차이가 있었던 임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GM은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사례를 참고할 때 약 1억5,000만달러(1,700억원)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소송이 계속해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GM이 “추가되는 소송 비용을 산정하기조차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불리한 판정을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임금소송에서 모두 패소하면 약 1조400억원(9억1,000만달러)의 우발 채무가 확정된 부채가 된다. 이 경우 한국GM은 경영정상화가 아예 불가능하다. 2017년 기준 한국GM은 자본총계가 1조6,179억원 마이너스로 자본금(1,663억원)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미국 GM이 차입금 약 3조원과 산업은행이 투자한 8,000억원을 우선주(발행가 3만3,973원·액면가 400원)로 바꾸면 주식발행초과금이 생겨 자본총계가 약 1조원 이상(예상치)이 돼 자본잠식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경영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소송이 모두 지면 곧바로 확정된 빚이 1조원 더 생겨 경영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은 돈은 모두 허사가 된다.



더욱이 미국 GM은 사업보고서에 2027년까지 한국GM 구조조정에 쏟아부을 돈이 2억8,000만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not to exceed)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가운데 2억달러는 시설자금이고 8억달러(약 9,000억원)만 대출형식으로 빌려주는 운영자금이다. 순이익이 급격히 늘어 이익잉여금이 쌓이지 않는 한 9,000억원으로 2027년까지 버텨야 한다. 한국 정부의 불리한 행정적 명령이 계속되고 관련 소송이 더 늘어나도 한국GM이 이를 감당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 붕괴 또는 중단(business disruption)’과 파업 등이 일어나는 원인에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미국 GM이 미 금융당국과 전 세계 주주들이 보는 보고서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매 부진으로 생산물량은 줄어드는데 고용조정은 유연하게 하지 못해 고용비가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미국 GM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투자를 집중하는 중에서 내연기관 중심인 한국GM의 이익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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