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10일 “신용카드 공제제도를 축소 없이 3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1일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또 “신용카드 공제제도를 기본공제로 전환해 기한 없이 매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논란은 지난 4일 홍 부총리가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불이 지펴졌다. 199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도입 당시 목적이었던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이제는 제도를 손질할 때가 됐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과거 수차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시도했지만 납세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번번이 꼬리를 내렸다. 특히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세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신용카드 공제율도 15%에서 10%로 낮추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소득구간별로 공제 한도를 정하는 등의 변화는 일부 주고 있지만 공제율 자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해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귀속분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혜택 인원은 968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총 급여액이 연 8,000만원 이하인 서민·중산층의 비중이 91.5%다. 전체 공제액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봉급생활자에게 적용되는 공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료 소득공제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추 의원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연장을 들고 나온 것도 ‘공제축소=증세’ 프레임을 통해 최대 피해자인 봉급생활자와 중산층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추 의원은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증세를 추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가 총대를 메고 신용카드 공제 개편의 군불을 지폈지만 결국 무산되거나 소폭 축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지층인 중산층의 반발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 내에서조차 신용카드 공제 축소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고소득층에 대한 공제율을 우선적으로 떨어뜨린다든가 특정 항목에 대한 공제를 없애는 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