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으로도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되지만 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은 최대 9억원으로 제한된다.
다만 고가주택은 연금 총액이 주택의 담보가액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약자 사망 후 자손이 차액을 돌려받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런 내용의 부수조항을 담기로 했다.
이는 주택연금 가입주택의 가격 제한을 시가 9억원에서 공시가격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하는 보완조치다.
주택가격 기준선인 9억원을 시가에서 공시가로 바꾸면 시가 9억∼13억원 주택 보유자들도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통상 시세의 70%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이런 고가주택 보유자에게까지 정부 지원이 들어갈 가능성이 큰 주택연금 상품의 문호를 개방해야 하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이 ‘가입할 수는 있지만 연금 지급액은 시가 9억원 기준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시가 9억원 상당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월 지급액은 60세 178만원, 70세 268만원, 80세 338만원이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필요한 고령자(현재 기준 부부 만 60세 이상)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월 단위로 연금(노후생활자금)을 받는 제도다.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는 일종의 사회보장 상품이다.
겉은 주택연금이지만 상품 내부 구조를 보면 사실상 대출 상품이다.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일정 금액을 대출하듯이 연금 형태로 받아가는 것이다.
대출금은 계약자 부부 모두가 사망한 후 상환한다. 가입 기간에 연금 지급 총액이 담보가치에 미치지 못하면 남은 금액을 계약자의 상속인(자녀)에게 돌려준다.
엄밀히 말하면 계약자의 상속인이 계약종료 후 일정 기간(예: 6개월) 안에 주택을 매각하고 부모가 받아간 주택연금 총액만큼을 공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계약자가 수령한 주택연금 총액이 담보가액을 넘어섰다고 해서 상속인에게 차액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이 손해를 공사가 떠안으므로 사회보장 개념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 미뤄볼 때 시가 9억∼13억원 상당의 주택을 담보로 가입한 계약자는 담보가액은 크지만 월 연금 지급액은 시가 9억원 기준으로 묶이므로 계약자 사망 후 담보가치가 연금 지급 총액보다 클 가능성이 더 많다. 남은 돈을 자녀에게 상속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대신 고가주택은 담보가액이 크므로 담보가액을 넘어 공사가 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즉 국가가 손해를 보면서 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작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주택연금 상품의 문호를 열어주는 것은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 여파다.
기존 가입조건인 시가 9억원 이하는 10여 년 전 만들어진 기준으로, 지난해 주택가격 급등에 따라 상당수 주택이 가입 불가한 가격대로 들어섰다. 따로 근로·사업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현재 거주 중인 주택가격이 올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60세 이상인 가입연령을 50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50대 중후반이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