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재판 출석을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8시 32분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흑색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왔다. 전 씨는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바로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표정은 밝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걸어 나와 승용차에 탑승했다. 거동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앞서 전 씨가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를 호소하며 재판에 2차례 불출석하자 구인장을 발부한 바 있다.
전 씨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직후부터 1987년까지 대통령 신분으로 수차례 광주를 공식 방문했지만, 학살에 대한 책임 있는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전 씨는 1996년 군사반란 재판을 받은 뒤 23년 만에 법원에 출석하며 처음 광주를 방문한 지 39년 만에 형사 재판 피고인 자격으로 광주에 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살 주범을 보겠다”며 방청권 추첨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고 전해졌다. 법원 앞에서 사죄 촉구를 든 피켓을 들고 집회도 열릴 예정이다.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 씨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당시 국무총리이던 최규하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내세워 ‘과도정부’를 운영했다.
전 씨는 1980년 초 중장으로 진급한 뒤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강제로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같은 해 6월 대통령자문보좌기관이라는 명목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상임위원장이 됐으며 같은 해 8월 27일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제11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전 씨는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80년 9월 5일 광주를 방문했다.
전 씨는 이듬해인 1981년 2월 17일에도 순시 목적으로 광주에 왔으며 1981년 8월 20일 광주 어린이대공원 준공식, 1981년 10월 16일 담양에서 열린 광주∼대구 간 88올림픽 고속도로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전 씨는 임기 말인 1987년 2월 4일에도 시에서 직할시로 승격한 광주시청을 방문해 동백나무를 심었으며 1987년 10월 13일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2019년 3월 11인 오늘 그는 형사 재판 피고인 자격으로 광주에 갔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